▲투라이다 성 박물관의 안내원이 성은 이곳에 살았던 리브인들이 독일 십자군을 방어하기 위해 지은 것이으로, 지금의 모습은 1214년 알베르토 대주교에 의해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를 기록해 놓은 작은 박물관도 있다.
권응상
뜻하지 않은 머뭄은 또 사색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래, 시간이 안 되면 유르말라는 패스하면 되지. 정해진 약속도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게 고삐 없는 여행의 참맛이다.
에피소드 열아홉. 십자가 언덕 그래도 너무 늦게 출발했다. 유르말라는 패스한다 해도 다음 숙박지인 빌뉴스 가기 전에 샤울레이(Siauliai)는 꼭 들러야 하는데. 시굴다에서 족히 4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이다. 빗방울도 더욱 세차다. 대부분의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70마일이다. 급한 김에 속도를 낸다. 그러나 렌트카는 시속 130킬로미터로 고정되어 있다.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시속 130km를 넘지 못한다.
왕복 2차선의 비 내리는 도로는 어두워지면서 시계를 흐리게 만든다. 차라도 많으면 앞 차를 따라가면 좋으련만 불빛이 나타나면 반가울 정도로 한산한 도로다. 내가 내는 속도 때문에 모두 걱정스러운 눈치이다. 조금 지나니 다행히 여사들은 모두 잠들었다. 샤울레이에 가까워지는데 우리가 갈 십자가 언덕은 이정표도 없다.
큰 정원이 딸린 길가의 레스토랑에 차를 세워 길을 물으니 지나쳐 왔단다. 차를 내린 김에 모두 화장실 볼 일을 보고 가벼운 몸으로 다시 출발을 한다. 어쨌든 화장실은 보일 때마다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우리 모두 충분히 알고 있는 터이다. 오죽했으면 '화장실 값이 물 값보다 많이 들었다'고 할까. 돈을 주더라도 자주 있기나 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