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선서 마친 박원순 시장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권우성
작심한 새누리당 "나는 서울시의 불통에 관해 얘기하겠다"박 시장이 오전 내내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타에 조목조목 반박하자 점심식사 후 오후 질의에 들어선 새누리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박 시장의 답변태도를 문제 삼았다.
박완수 의원은 "(박 시장이) 정부 불소통에 대해 말했는데, 나는 서울시의 불통에 대해 얘기하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소통은 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는데, 박 시장은 힘들고 어려운 것은 '중앙정부가 안 해준다', '국회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그러면 (서울시보다 힘없는) 다른 지자체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큰 정치인이 되려면 정부와 안 맞는 정책이 있더라도 서울시 발전을 위해서 시장이 가슴을 열고 수용해야 한다"며 "강남구에도 폭넓게 양보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불통'이란 지적이 억울한 듯 "의원님의 말씀은 귀담아들어야겠지만, 소통에 관한 한 그동안 많이 노력하고 성취했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현장이 답이라는 생각에 현장시장실만 119곳을 다니는 등 수많은 민원을 해결했다"며 "취임 땐 서울광장을 비롯해 어딜 가나 시위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남구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문제제기하는 구청장은 강남구청장 한 명뿐이고 나머지 구청장들과는 늘 소통하고 있다"며 "구룡마을 개발 방식 분쟁땐 위치로 봐선 제가 높은 사람이고 굴욕적이지만 제가 양보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 "수도 이전은 불가능... 기능 분산 하자는 것이다"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소통문제 외에도 박 시장에게 수도이전 발언, 물대포에 소화전 물 제공금지 발언, 대권 출마 시기 등을 추궁했다.
박 시장은 수도 이전 방법을 묻는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내 발언의) 취지를 오해한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수도라고) 결정을 내린 만큼 수도이전은 불가능하다"고 한 발짝 물러났다.
다만 그는 "기능을 분산하고 이전해서 지방도 살아야 서울시도 잘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수도를 이전하자는 게 아니라는 말이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재확인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월 5일 민선 6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 이기주의자가 되면 안 된다"며 "서울은 비즈니스 수도로 족하다. 미국에도 워싱턴에 수도가 있지만 뉴욕이 비즈니스 수도로서 역할을 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월 박 시장이 '노무현루트'를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 '여러 사람 많은데 하필 노무현루트냐'고 질타했다. 주 의원은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조롱한 연극 <환생경제>에서 노 대통령 역을 맡았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걷는 도시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특정 대통령을 기린다는 것보다는 역대 국가원수나 수반의 사저를 스토리텔링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당동 사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사저도 서울시가 지정해서 민간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 노무현루트를 계속 추진할 의지를 보였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물대포에 끌어다 쓴 소화전의 물값은 누가 냈냐'고 물었고 박 시장은 "지금까지 안 내다가 세월호 시민들이 항의한 다음 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에 "그럼 지금까지는 공짜였다는 말이냐"며 "시효가 되기 전에 물값을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박 시장의 대권 출마가 언제쯤 결정될지, 출마한다면 시장직을 내려놓을지 유지할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 시장은 논란을 부르고 싶지 않아선지 예의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부름이 있을 때 결단할 것", "앞서 나간 질문" 등으로 직답을 피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