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지역언론연대
한집 건너 흑돼지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제주특별자치도. 흑돼지 전문점마다 빼곡하게 자리 잡은 관광객들은 제주의 특산물 흑돼지의 맛에 빠져든다. 대부분의 전문점들에서는 200g 1인분에 1만8000원의 가격이었다. 소고기와 비슷한 가격대지만 전문점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일부 유명 전문점은 흑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대기표를 받기까지 했다.
제주도 가면 흑돼지를 먹어야지'라며 관광객들의 먹거리 1순위에 올라 있는 제주도 흑돼지는 제주도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제주 흑돼지의 역사역사 속 제주 토종 흑돼지는 중국 진나라(3세기) 때 쓰인 삼국지 위서동이전에 등장할 만큼 오랫동안 사육돼 온 대표적 가축이다. 제주에서 돼지는 돗, 뒈아지, 도야지, 도새기 등으로 불렸으며, 돗통(시)은 돼지우리를 의미한다. 제주도의 재래 돼지 역시 함양 등 지리산권 재래 돼지와 비슷하게 인분이나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를 맡았다.
제주민속촌에서 살펴본 제주도 흑돼지 우리, 돗통은 부엌(정지)에서 멀리 떨어진 집 옆에 위치했으며, 돼지가 기거하는 돼지우리(막)과 마당, 대소변을 보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담은 모두 제주도에서 나는 현무암을 1m 이상 쌓아 만들었다.
사람이 대소변을 보는 공간 바래 아래에 돼지가 주둥이를 들이밀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인분 등이 돼지의 먹이가 될 수 있었다. 돼지우리는 돼지가 뛰어놀 수 있는 약 2m×5m 규모의 활동공간과 짚 등으로 천정을 만든 잠자는 공간이 마련됐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지역 웬만한 가구에서는 재래 흑돼지를 길렀다. 그러나 돗통(혹은 통시)은 미관상 좋지 않고 비위생적-인분을 먹여 키워-이라는 이유로 70년대 가옥 및 화장실 개량 사업이 추진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이로 인해 수천 년을 이어온 제주 재래 흑돼지는 대부분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민속촌 등 관광지에서 관람용으로만 볼 수 있는 제주의 사라진 문화가 되었다
예전 제주도의 돼지는 집안의 큰 재산으로 '대학나무'라 불렸던 감귤에 앞서 60~70년대까지만 해도 자녀를 공부시키는 일등 공신이기도 했다. 또한 집안의 대소사(혼례, 상례 등)에 빠질 수 없는 음식재료로 큰일을 치루며 얼마나 많은 돼지를 잡았느냐가 집안의 세를 과시하는 척도가 될 정도로 큰 재산적 가치를 가졌다.
이로 인해 '돗추렴'이라는 독특한 문화도 만들어졌다. 돼지의 '돗'과 모임이나 놀이 또는 잔치 따위의 비용으로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어 거둔다는 '추렴(어원 出斂)'이 합쳐진 말로 평소 돼지고기가 필요한 이웃끼리 얼마씩 고기를 내어 나눈다는 의미다.
제주도 사람들은 돗추렴을 통해 이웃이나 친척, 그리고 마을 간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었다. 집안의 대소사에 빠질 수 없었던 돼지고기를 공동체가 함께 나누며 제주만의 돼지고기 음식문화도 발전할 수 있었다. 제주의 돼지는 피와 내장을 이용한 순대(수애),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만든 몸국, 돔베고기, 돼지고기 적갈(炙), 고기국수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그 음식들이 예전 공동체에서 즐겨 먹었던 바로 그것이다.
천연기념물로 거듭난 제주흑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