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학교 현황판을 살펴보는 학생들, 반딧불이 제공
대구인권시민기자단
접수된 의견은 몇 가지 크게 나뉘는데 첫 번째 '학교에 휴지가 없다'. 휴지가 없는 화장실, 가기 겁나는 화장실에 대한 의견이 다수 접수되었다. 두 번째는 '등하교시 체육복을 못 입는 것', 등하교시 복장 단속은 여전하며 교복이 불편해 체육복을 입으면 즉시 단속대상이 된다고 한다. 어떤 학교의 경우 체육시간 전후 1시간동안만 체육복을 입도록 하는 곳도 있었다. 세 번째는 '선생님들의 차별행위'.
선생님이 기분에 따라 상·벌점이 주어지다보니 그 편차가 크고, (벌점을 줄 때) 욕을 하는 선생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학교에 설치된 선생님 전용(?) 엘리베이터, 학생에게 화풀이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차별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었다.
네 번째는 '급식의 양과 질'에 대한 의견. 많은 학생들이 학교 급식에 대한 불만을 보였다. 음식물에서 벌레가 너무 자주 나온다거나 남학생과 여학생의 급식 양이 다르다거나 학교 관악부 학생들에게는 음식을 더 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섯 번째, '탈의실, 에어컨, 정수기 등' 학교시설에 대한 의견이다. 남녀 구분이 없는 탈의실도 있고, 구분되어 있으나 탈의실 문이 고장이 난 상태로 방치된다는 학교도 있었다. 심지어 아예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올 여름 엄청난 더위 탓인지 교장실이나 교무실만 시원하고 교실은 너무 덥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섯 번째, '수학여행, 체육대회, 축제 등' 학교행사, 수학여행이 유일한 낙인데 안가거나 당일치기로 가는 경우가 많고, 장소에 대한 선택권 없이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것이 싫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축제와 체육대회를 매년 개최하지 않고 1년마다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거나 외부학교 학생의 출입이 금지된 축제가 축제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외에도 학교에서 종교수업을 강요하지 말아달라거나 아파서 조퇴를 요청하는 학생은 조퇴를 시켜줘야 한다거나 두발자유를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렇게 학교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다양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견전달 구조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 어떤 학교의 경우 '학생이 학교 운영에 불만을 표시하면 의견을 무시해 버리거나 혼을 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 어떤 학교는 '1박 2일의 수행여행을 가고 싶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을 하여, 모아진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였으나 묵살 당했다'고 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학생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청소년에게 직접 물었다. '학생을 믿지 못함', '그냥 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시함', '의사를 반영할 기구가 없음', '학생의견을 물어보고 개선하는 시간이 없음(제도가 없음)', '학생들을 만만하게 보는 선생님의 의식' 등이 이유로 등장했다. 학생 신분의 청소년은 이미 문제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해 왔고,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의 장벽이 높기만 하다.
학교라는 공간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중하며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의 모든 주체는 당연히 학생들의 존재를 인정하며 존중해야 한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