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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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 '디케', 그리스어로 '정의' 또는 '정도'(正道)를 뜻한다. 한 손에는 칼을 또 다른 한 손에 저울을 들고 있으며 때로는 천으로 눈을 가린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디케'의 모습에 대한 상징적 해석에서 '저울'은 공정·공평을 상징하며, '칼'은 정의의 엄정한 집행 또는 권위를 의미한다. 그럼 '눈가리개'는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외부의 영향과 편견을 가린 공평함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그 해석에 반전이 있었다.
2016년 5월 19일 서울 중심가에 있는 한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 앞에서 40, 50대 중년의 남성 몇 명이 피켓을 들고 본사의 부당한 행위를 성토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날은 5월 치고는 꽤 더웠고 마침 시위 시간대는 점심시간과 겹쳐 근처 사무실에 근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그리고 또 일부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이미 식사와 용무 마친 사람들 손에는 남은 점심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커피와 생과일 쥬스가 들려 있었다. 물론 '프랜차이즈 브랜드'였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라고 했던가? 봄볕의 열기와 인근 지역의 일상을 깨는 중년 남성의 낯선 외침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호기심 또는 저가 앰프로 증폭된 거친 목소리에 조건반사적인 불편함이 보였다. 그들의 일부는 피켓과 플랜카드에서 약간 정보를 대충 확인하는 듯했고 또 그중 일부는 그 자리에서서 그 중년 남성의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과 무관해 보이는 이 소동에 냉소와 그리고 무관심을 흘렸다.
그들의 눈에 비친 이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시위하면 떠오르는 근로자도 아니고 공공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시민단체도 아닌, 어찌 보면 사익 추구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의 시위가 이들의 삶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타인들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간담회... 성토 그리고 호소2016년 9월 1일 여의도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 몇몇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주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부당 행위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그리고 문제점 해결방안 모색으로 각 브랜드들의 가맹점주들이 현안을 발표하고 공정위위원장은 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1시간 30분을 예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브랜드마다 간절한, 때론 격한 호소로 간담회는 3시간 가까이 연장됐다.
40여 년의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역사에서 인테리어 리뉴얼 강제, 영업지역 침해, 과다한 위약금 등 본사의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에 견디다 못한 가맹점주들의 시위와 심지어 몇몇 점주들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크고 작은 분쟁을 겪었다. 이후 관련법이 제정되고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마지못해 국가의 통제를 따르는 듯했고 이후 여론도 잠잠해 지면서 언듯 프랜차이즈 업계도 많이 정화되고 안정된 듯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더군다나 아직은 정교함이 떨어지는 허술한 법 규정과 공정위 같은 집행 기관들의 의지 부족으로 느슨한 통제에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그렇게 쉽게 자신들의 이권을 내놓을 리 없다.
그 반증으로 기본적인 상식을 가지고 사회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 약관과 불공정 행위가 2016년 현재, 프랜차이즈 업계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연중무휴, 하루 12시간 근무'가 어느 기업의 근로계약조건이라면 아마 '인권유린'으로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할만한 불공정 계약 약관이 버젓이 인정·통용되는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업계다.
이 비인권적 약관을 시정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하자 공정위 담당자는 "그런 약관이 불편하신가요?"라며 그 약관에 의해 인권이 심각한 침해를 당했을 때, 그때 공정위에 신고해달라고 한다. 덧붙여 프랜차이즈 특성이 그러하니 귀하의 프랜차이즈만 고쳐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저 쓴웃음만 나왔다. 현장과 탁상의 괴리감…, 한숨만 나왔다.
왜 가맹점주의 자율 휴무를 공식적으로 보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