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 연화산 백련암 입구입니다.
임현철
왠지, 암자를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십 오륙년 전, 지리산 토굴에서 간혹 뵈었던 비구니입니다. 당시, 지리산서 녹차 제다법을 배우던 후배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분이었지요. 여승은 놀러 갈 때면 산중에서 딴 홍시와 차 등을 내주시더 ㄴ인정 많은 비구니였습니다.
여승을 뵈면 그 얼굴 위로 또 한 분의 비구니가 오버랩 됩니다. 깨복쟁이 친구 누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었던, 누나의 갑작스런 출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받았던 충격이 꽤 컸습니다. 이후 친구들은 누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아마, 충격에 자리에 누우신 친구 어머니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에서 하는 말이지만, 당시 왜 충격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삶은 그 자체가 곧 진리 찾아가는 길이건만. 그래서였을까. 잠시, 딸과 아들이 각각 2세와 1세일 때, 부부 사이의 대화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스님이나 비구니 혹은 신부나 수녀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당신도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인데. 웬일이래."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종교건 간에 아이들이 진정한 구도자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생명이 태어난 후 인간 삶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 내지는 방향 탐구가 있었나 봅니다. 지금도 간혹 '아이들이 절에 들어간다 하면 아버지로서 내 반응은 어떨까?' 상상하곤 합니다. 오십이 넘은 입장에서도 OK입니다. 왜냐하면 삶, 별 거니까.
제 놈이 저지른 인과응보, 즉 윤회 속 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