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의 길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 길은 백인들의 순례길이었다.
정효정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순례길에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 자기자신을 찾는 일 외에는 아무런 생산성도 없는 길을 한 달 동안 걸을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민족은 이 지구상에 극히 소수다. 인도나 아이티,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러 오진 않는다. 그러던 중 새천년에 들어서자 처음으로 군집을 이룬 새로운 인종이 나타났다. 이들이 바로 한국인인 것이다.
그가 한국 라면을 파는 이유 갈리시아 지방의 한 시골마을에서 뜻하지 않게 한국 라면을 만났다. 피터판크(Peter pank)라는 잡화점이었는데, 의아해서 주인인 윌리엄에게 물어봤다.
"이 시골에서 왜 한국음식을 파는 거예요?"그러자 그는 펜을 가져와서 종이에 적어보였다.
"한국인이 많으니까. 2008년까지만 해도 이 길에 한국인은 거의 없었지. 2009년까지만 해도 18명인가 그랬어. 하지만 2010년을 지나 2014년에는 3800명, 2015년엔 4500명을 넘어섰어. 특히 겨울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건 주로 한국인이야. 얼마나 파워풀한지 몰라."
"혹시 2010년에 한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파울료 코엘료의 <순례자>가 한국에 출간됐지." 돌아와서 자료조사를 해보자, 디테일은 좀 다르긴 했다. 한국순례자협회에 따르면 (
http://caminocorea.org) 2005년 14명에 불과했던 한국인 순례자의 수가 공식적으로 2007년에는 이미 일본을 추월해서 449명, 2008년에는 915명, 2012년에는 2493명, 2013년에는 2774명의 한국인이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한국인은 순례길을 걷는 다양한 국적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1위 스페인, 2위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