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겉그림
ak코믹스
"그건 비싸죠?" "그렇죠." "싸고 엄청 맛있는 건 없어요?" "그건 또 무슨 염치없는 주문이래요?" "없어요? 있어요?" "와인이라 해도 기호품이니까요. 모두의 입맛에 맞추기는 어려워요." (7쪽)
어느덧 서른째 권까지 나온 <바 레몬하트>를 보면, 술집 한 곳을 단골로 두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이 술집으로 찾아와서 마음앓이를 풀어내거나 슬픔을 털어놓거나 기쁨을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대단하거나 잘난 사람이 아닐는지 모르나 술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열며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람들이 나와요.
서른째 권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어릴 적 동창이 나오고, 아들한테 분재를 남기고 숨을 거둔 아버지가 나오며, 회사에서 일을 너무 못한다고 여겨 스스로 사표를 내고 떠나려는 젊은이가 나옵니다. 왈가닥이지만 마음이 여린 아주머니가 나오고, 사람들한테 거의 잊혀진 옛 영화감독이 나오며, 오랜 스승과 제자 사이를 이루는 세 사람이 나옵니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모두 일찍 여의고 라면집을 씩씩하게 이끄는 언니 동생 두 사람이 나오고, 길고양이 한 마리를 아끼는 여러 사람들이 나옵니다.
"예쁘다.""그래." "둘이 차분히 얘길 나눠 보는 건 어때? 그럼 그 반지처럼 다시 반짝반짝 빛날 것 같은데." (16쪽)"오히려 미치코가 골라 줘서 얼마나 기쁜데요! 이렇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콤한 술을 골라 줬잖아요!" (66쪽)술과 술집 이야기가 넌지시 흐르는 만화책 <바 레몬하트>입니다만, 술하고 얽힌 이야기를 살짝 곁들이면서 '수수한 사람들이 수수하게 엮고 맺으며 푸는 이야기'를 도드라지게 들려준다고 할 만해요. '맛 좋은 술' 이야기보다는 '맛깔스러운 삶'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만화라고 할까요. 맛난 술도 좋지만, 맛난 술이 좋은 까닭은 맛깔스러운 살림을 짓는 애틋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목을 차분히 다루는 만화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러고 보면 술이나 밥이나 여행이나 책도 모두 매한가지로구나 싶어요. 더 좋은 술이나 밥이나 여행이나 책보다는, 서로서로 즐겁게 어우러지면서 좋게 느끼는 술이나 밥이나 여행이나 책이 되지 싶어요. 혼자 즐겨도 둘이나 여럿이 즐겨도, 서로 아끼고 보듬는 따사로운 사랑이 흐를 적에 맛나면서 좋은 술이 되겠지요.
"잘도 기억하는군. 첫 장면에서 겨우 1초, 그것도 화면 한 구석에 비쳤을 뿐인데." "잊을 수 없는 1초입니다." (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