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의 광종(이준기 분).
SBS
광종은 요즘 SBS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에 등장한다. 배우 이준기가 광종을 연기하고 있다. 광종의 이름은 왕소다. 21세기에서 10세기로 빠져들어간 해수(아이유 분)는 왕소 왕자를 잔인하고 끔찍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광종의 잔인함과 끔찍함은 주로 고려판 재벌들을 상대로 표출되었다.
광종은 돈과 토지와 노비를 장악한 호족들의 기운을 뺄 목적으로, 집권 12년 차 이후로 툭하면 공안 사건을 만들어 호족들을 숙청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안정국은 정치적 약자들을 상대로 곧잘 전개되지만, 광종은 정치적 강자들을 상대로 그런 칼날을 뽑아 들었다. 그래서 광종의 광포한 공안정국은 일반 백성으로서는 그렇게 싫지 않은 공안정국이었다.
그래서 광종은 호족들에게 원성을 많이 샀다. 고려시대 역사서인 <고려사절요>에 실린 상소문에서, 친(親)호족 유학자인 최승로가 광종 집권 12년차 이후의 16년간을 아주 몹쓸 시기로 혹평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공민왕(재위 1351~1374년)의 전민변정사업도 노비안검법과 취지를 같이했다. 고려 후기의 재벌인 권문세족들이 불법적으로 소유한 전(田)과 민(民), 즉 토지와 노비를 원래 자리로 되돌림으로써 노비안검법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 역시 재벌 때리기를 통한 경제민주화라 할 수 있었다.
고려 마지막 군주인 공양왕(재위 1389~1392년)의 전제 개혁이란 것은 이성계·정도전이 권문세족의 땅을 빼앗고 자영농을 육성할 목적으로 추진한 과전법 개혁을 말한다. 당시 공양왕은 허수아비였으므로, 위에서 말한 '용감한 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광종·공민왕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할 '용감한 왕'은 2010학년도 수능시험 국사 16번 문제에 등장했다. 지문에 제시된 개혁정책을 실시한 배경으로 옳지 않은 것을 찾으라는 문제다.
영조의 균역법, 지금으로 보면 '경제민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