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 손 닿게 하고 싶지 않다'28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강제부검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가운데 고인의 유가족과 투쟁본부측은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딸인 백도라지씨는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고인의 부인과 딸인 백민주화, 백도라지씨.
권우성
[기사 보강: 9월 28일 오후 11시 30분]"저희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 손이, 아버지에게 닿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저희 가족은 절대 부검을 원치 않습니다."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라지씨를 비롯한 유가족은 법원이 28일 발부한 부검 영장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뒤 약 2시간 30분 뒤인 오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결정 사안을 발표했다.
첫째,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을 절대 닿게할 수 없다는 게 유가족의 입장이다. 부검은 사인이 명확한 만큼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도 없다.
둘째, 백남기 투쟁본부는 이러한 유가족의 뜻을 받들어 부검을 반대한다.
셋째, 이러한 유가족과 투쟁본부의 뜻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강행할 시, 온국민의 마음을 모아 있는 힘을 다해 막아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
법원, 4가지 조건 내건 부검 영장 발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8시께 고 백남기씨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한 차례 기각한 뒤 재청구, 두 차례의 추가 자료 제출 뒤 이뤄진 결정이다. 법원은 사실상 '조건부 영장'을 발부, 당장 검·경의 부검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 부검 장소를 현재 빈소가 차려져 있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 유가족이 지정하는 의사 2명과 변호사 1명을 입회, 유가족이 원하면 감축 가능 ▲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 ▲ 부검 시 고인 시신 훼손 최소화 ▲ 부검 절차와 내용에 대해 유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 등의 단서를 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영장 집행은 야간에도 가능하며 유효기간은 10월 25일까지로 잡았다.
서울중앙지법 공보관은 "사망 원인 등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되, 부검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부검의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백씨 사망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법원의 취지는 장소와 방법에 관하여 유족의 의사를 들으라는 것"이라며 "유족이 지정하는 사람을 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과 부검 과정 영상 촬영 등의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영장 발부에 대해 유족 측은 '법원이 유족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처럼 가장해 자의적으로 부검을 허용한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