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제도를 버려라 저자저자 : 팀 베이커, 역자 : 구세희, 펴낸곳 : 책담, 출간일 : 2016.06.24.
책담
위너스 앳 워크(Winners at Work)의 국제컨설턴트인 팀 베이커는 책 <평가제도를 버려라>에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우선 성과평가제도는 사실상 성과를 갉아먹는 작업인 동시에 치명적으로 비생산적이라고 단언한다. 성과 평가로 불리는 낡은 평가 시스템이 이제는 정말 쓸모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우선 성과평가는 시간과 비용 낭비, 관계 파괴적 관리자의 독백, 피드백은 없는 등급만 매기는 작업, 그리고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는 서류 작업이라고 규정한다.
직원이 100명인 한 기업이 있다. 보통의 기업들처럼 여기에서도 1년에 1시간짜리 인사고과 면담을 두 번 치른다. 그러니까 1년에 200시간을 인사고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평가자와 평가받는 사람은 두 명이니, 400인 시(人時)가 들어간다. 여기에 면담을 준비하기 위해 두 사람이 각각 30분씩을 투자한다고 치면 200시간이 추가된다. 이제 합은 600시간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시간에 관리자와 직원들은 각자의 핵심 업무를 못했다. 이에 따른 기회비용은 600시간이다. 그러니 이 기업은 1년에 총 1200시간을 인사고과에 투자한 셈이다. 이만한 시간을 쓴 대가로 그 조직은 어떤 결과물을 얻었을까? 관행이라기에는 너무 심한 인력 낭비가 매년 반복되는 건 아닌가. 문제는 시간만이 아니다. 팀 베이커는 성과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성과 평가는 건설적인 대화의 시간은커녕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식적인 평가라는 개념은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하며, 대화가 아닌 독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 평가의 형식이 자유로운 논의를 억압한다. ▲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성과 평가는 지속적인 피드백의 과정이라기보다 일회성 행사에 가깝다. ▲ 평가 시스템 자체가 행정 업무나 서류 작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성과 평가에 후속 조치가 즉각적으로 따르는 경우는 거의 (혹은) 전혀 없다. ▲ 등급을 매기는 사람도, 평가를 받는 사람도 모두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팀 베이커에 따르면 기업에서 이러한 평가 방식은 조직에도 직원에게도 특히나 성과에는 더욱 독이 될 뿐이다. 그런데도 성과 평가가 현재와 같은 모습인 건 군대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상급자 혹은 관리자가 옳다는 강력한 전제 아래 형성된 권력 불균형은 오직 평가의 대상일 뿐인 직원들을 수동적이고 시큰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더 나은 성과를 위해 혁신적·창의적·자발적 조직 문화에 투자한다면서 한편으로 성과 평가를 유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가드너 교수는 <성과 압력 부작용에 대한 실증연구>에서 성과압력이 높아지면 그 부작용으로 '대충 그저 그런 결과물'만 도출되기 쉬우며, 실제적인 성과는 오히려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자칫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가시적인 단기 성과에만 몰두하도록 조장하고, 특수적 전문지식보다는 일반적 전문지식만 주로 사용하여 오히려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중견기업들이 장기침체를 겪으며 직능급에 내재된 임금의 연공서열을 대폭 손질하고 역할·직무급을 도입하는 등 성과주의를 도입했던 일본의 실패 경험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후지쯔에서 근무한 조 시게유키는 책 <후지쯔 성과주의 리포트>(들녘 출간)에서 잘못된 성과주의가 어떻게 한 기업을 병들게 했는지와 성급한 성과주의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특히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기업에 단순히 성과평가를 도입할 경우 평가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팀워크가 해체되고 이직이 늘어났다고 회고했다.
최고의 기업들은 '등급'으로 직원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GE, 갭, 어도비, 엑센츄어 등 다국적 기업 30여 곳에서도 직원들을 등급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과감히 버렸다. 가혹한 성과 평가를 시행한 후 기업 가치가 30여 배나 뛰었던 GE조차도 지금은 잊힌 옛날 이야기처럼 과감히 성과 평가를 없앴다. 이제 미국과 유럽에서는 '잭 웰치식 경영지침을 찢어버리라'는 말이 결코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왜 지금 최고의 기업들은 줄줄이 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걸까?
"관리자는 예측 가능한 일련의 기준, 예를 들자면 정해진 프로세스나 절차와 비교해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고 감독할 수 있다. 우리는 핵심 성과지표에 집착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지표를 기준으로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면 직원의 역할을 단순화·규격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날 시장의 점점 빨라지는 변화 속도는 완전히 다른 업무 방식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내리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어떤 의사결정은 '흑 아니면 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반응은 아무 의심 없이 정해진 운영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전에 대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이 유형에 속한다. 한편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창의력이 필요하거나 그 나름의 독특한 상황에 맞는 독창적인 해결책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 제품을 배달하는 트럭 운전사가 도착지에서 물건을 받는 직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표준 운영 절차는 아니지만, 그는 곧장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대신 짐을 내리고 보관하는 곳까지 옮기는 것을 도와주는 편을 택할 수 있다. 그러면 도움을 받은 기업은 고마워할 것이고 그 결과 두 기업 사이에 선의가 더 커져 향후 재주문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세 번째 유형은 직원이 곤경에 처한 상황이다.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가? 흑도 백도 아니고, 창의적 접근법이 완벽히 어울리는 상황도 아닌 이런 경우에는 의사결정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 - '혁신과 지속적인 개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