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관훈토론회에 참석하여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희훈
"범부들도 나라를 걱정하는 상황인데,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지위의 정치인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면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대권 도전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 거침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관련 질문이 나오면 으레 답변을 피하거나 딴 주제로 관심을 돌리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답변을 주저하지 않았다.
27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 4명의 중견 언론인 패널들과 박원순 시장의 문답은 '출마하겠다'는 말만 없었지 마치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방불케 했다.
서울시정이나 당면 정치현안에 대한 질문도 많았지만 때가 때인지라 본 게임은 역시 박 시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 있었다.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내년 선거 생각 안 하면 문제"첫 질문은 '재선 도전할 때 시장 임기를 다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킬 상황이 올 수도 있냐'는 것.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난처할 수도 있는 질문에 박 시장은 에둘러 얘기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그런 약속을 했다"고 인정하고, 그러나 "당시는 서울시라도 반듯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중앙정부가 하는 것을 보니까 정말 절망이 컸고 나라의 기틀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내년 선거 생각을 안 하면 문제"라며 "시대의 요구나 국민의 부름이 저에게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대선 출마의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박 시장은 '다음 대선에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의 룰을 바꾸는 것이며, 그럴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 대안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모든 위험사회로부터의 탈출을 위해서는 온전한 탈바꿈을 해야 하며, 탈바꿈 없으면 안전할 수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박 시장은 시장 재직기간 중의 '업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많은 분들로부터 '한 일이 뭐냐', '큰 거 한방 해봐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다"면서도 "성과를 계속 요구하다 보니까 짧은 임기 중 전시행정이나 토목사업에 매달리게 된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이어 "시장으로 와서 보니까 서울시에 20조 원의 채무가 쌓여 있었으나 그간 7조 5천억 원을 줄이고, 그 대신 사회복지에 4조 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또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자신의 걸어온 길을 예로 들며, 다른 대권주자들에 비해 자신의 비교우위를 "시대가 요구하는 삶을 살아왔으며, 어떤 말도 그 삶을 통해 증명되지 않은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