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지난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태일의 분신, 미선이·효순이의 죽음 이후 일어난 물결이 과연 시체팔이였을까. 누가 대체 무엇을 팔았는가. 우리는 전태일의 목숨값으로 노동삼권을 쟁취했고, 미선이와 효순이의 목숨값으로 SOFA 개정을 이끌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제2의 전태일이나 제2의 미선이·효순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국가는 아직 그 목숨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쌍용차에서 우리는 전태일 이후로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고민한다. 전시작전권이나 주한미군의 문제를 보면 미선이나 효순이와 같은 사례가 또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는 한다. 장삿속으로 이들의 시체 값을 흥정한 건 국가다.
세월호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죽었다. 그중 상당수가 아이들이었다. 국가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다. 똑같은 비극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진실을 원하는 거다. 백남기씨도 마찬가지이다. 진짜 시체팔이를 하는 건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들이 아니다. 국가가 응당 헌법에 명시한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국민이 아니다. 이를 사상과 이념의 대결로 몰고 가는 정치, 이런 수준 낮은 글을 하나의 정당한 의견인 척 가장하는 언론, 그리고 이 뒤에 숨어서 자신의 안위만 살피는 권력자. 이들이 진짜 시체팔이하는 장사치들이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학도라면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대학교가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라 장사치들의 소굴로 전락하니, 더 이상 대학생은 행동하는 지성이 아니라 자신의 이문만 셈하는 꾼들이 되었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정은이씨가 그런 글을 쓴 게 분명 그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마구간 속 난쟁이들은 원래부터 악하거나 어리석진 않았다. 영광의 시대에는 정말 멋진 난쟁이들이 나니아의 건국과 통치, 해방전쟁에 함께했다. 하지만 거짓 아슬란이 진짜 흉내를 내고, 늙은 원숭이가 잘못된 정치를 하며 나니아를 망쳐버렸다. 국가와 제도가 국민을 탄압하자 난쟁이들도 인간성을 상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모든 난쟁이가 타락한 건 아니었다. 아슬란과 함께 향한 그 신세계에는 다른 난쟁이들이 있었다. 성신여대에도 학교 측과 싸움을 계속 이어가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이런 세상 속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하며 타락하지 않은 그 난쟁이들의 싸움을 응원한다.
그리고 인간성을 상실한 세상의 수많은 정은이씨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당신의 탓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국가가 무섭고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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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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