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촬영한 쿠레 해상자위대 기지
이경자
'역사가 보이는 언덕', 야마토 전함 만든 곳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는 자위대함들이 일본의 추석을 맞아 정박해 있고, 멀리 보이는 해안가 쪽으로 군사시설과 탄약고가 많이 남아 있다. 여기서 만든 화약의 70~80%가 쿠레 해상자위대에 보급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여기 탄약이 실제로 쓰이기도 했다. 패전 이후에 일 해군은 영국군에 의해 무장해제되었고, 영국군은 곧 철수했다. 쿠레는 국유지라서 해상자위대로 편입되었고, 나머지 지역은 미군에 의해 미군기지로 편입되었다.
"쿠레가 군항으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섬이 많아서 해군 기지를 숨기기 좋기 때문이다. 잠수함도 있다." 왜 미군은 철수하지 않았을까?
"전쟁이 끝나면 종전협정 맺어야 하는데, 태평양전쟁 후 미일 사이에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평화)조약에 의해 점령군이 사라지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미일가이드라인, 안전보장조약을 맺는데 미군 기지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되었다. 그에 따라 나머지 지역에는 미해군 기지가 잔존하게 되었고, 육상자위대, 해병대도 남아 있다가 일본의 반대에 부딪혀서 오키나와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전함 '야마토'는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일본에서 야심차게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전함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야마토는 너무 큰 몸짓과 신 무기에 밀려 제대로 이용되지 못한 채 운명을 다하게 되었다. 일본인들에게 야마토는 군국주의의 부활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일종의 아이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평화헌법 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의회는 작년 9월 '신안보법'(일명 전쟁법)을 통과시켜 일본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함으로써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더구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2/3 이상 의석을 얻으며 압승한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9조마저 없애려고 하고 있다.
탈핵,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한 첫 걸음... 결국 민주주의 문제다살고 있던 땅을 군사 기지로 빼앗기고, 아름다운 산은 깎여 나가 군대의 주택지로 쓰고,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경험들은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된 채,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삶이 파괴되고, 그곳은 또 다른 공동체를 파괴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되는 현장. 송전탑 싸움을 하는 밀양과 제주의 강정 마을은 일본 땅에도 있었다.
한국의 사드 배치와 일본의 미군 기지 확장은 동북아에서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둔 미국의 정치적 전략이라 볼 수 있다. 또 일본의 집단 자위권 허용은 미국이 군비 부담을 줄이면서, 일본의 힘을 빌어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일본 정부가 편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긴장을 높이고, 전쟁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모든 핵을 반대한다, 국제 연대와 반전 평화 운동으로북한의 5차 핵실험에 이어, 경주 인근에서 이어지는 지진으로 혼란에 빠진 한반도는 핵폭탄과 핵발전소의 파괴적 위험을 한꺼번에 안고 있다. 물론 최근의 지진 경고로 노후 원전 폐쇄와 위험 지반 위의 건설 반대, 안전 점검에 대한 요구는 높아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핵에 대한 반대 의지는 아직도 요원할 일이다.
더구나 얼마 전부터 한국의 핵무장론이 또는 전술적 핵배치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등 스스로 위험천만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핵발전의 '평화적 이용'이 불가하듯, 핵무기의 평화적 이용 또한 불가하다. 모든 핵을 반대하고, 핵 실험과 핵 발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반대하고, 한국의 핵 발전을 반대하고, 나아가 미국과 일본 등 모든 나라의 핵 보유를 반대한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인류의 안전을 위해서도 모든 나라에서 비핵화를 약속해야 한다. 핵과 평화는 공존할 수 없고, 한 나라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일정 내내 헌신적인 준비와 노력으로 한국의 탈핵운동과 일본의 생생한 현장을 이어주고, 연대의 절실함을 깨닫게 해 준 AWC(Asia-Wide Campaign against the U.S - Japaness domination and aggression of Asia) 활동가들에게 깊은 감사와 신뢰의 인사를 전한다. 이번 일정을 시작으로 한국에 작지만 의미있는 반전평화 운동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군국주의 확장의 상징 '야마토', 다시 일어나려는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