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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생태
"잠자리는 유충시기에는 수서생태계에서, 성충시기에는 육상생태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환경지표 및 진화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곤충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6000여 종이 알려졌으며(2015년), 우리나라에는 122종이 보고되었지만(환경부) 일부 종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잠자리 표본 도감>(자연과생태, 2016)이 새로 나왔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름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잡던 잠자리를 가만히 떠올리면서 펼칩니다.
그렇다고 어릴 적 잡던 잠자리가 어떤 잠자리인지 이제 와서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도감을 천천히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요. 그래 그래, 이렇게 많은 잠자리가 있네. 그렇구나, 몸통이며 꼬리이며 날개이며 저마다 이렇게 다르게 생기면서 조금씩 다른 이름이 있네.
<잠자리 표본 도감>을 펴낸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는 2012년에 <한국의 잠자리>(정광수 씀)를 내놓은 적 있습니다. 요즈막에 새로 나온 <잠자리 표본 도감>은 '잠자리 표본'을 바탕으로 새롭게 엮은 잠자리 도감이라 하는데, 이 도감에 실린 잠자리 표본은 한 사람이 예순 해 남짓 갈무리했다고 해요.
"1923년 평안북도 평양에서 태어난 고 이승모 선생은 2008년 4월 15일 85세의 나이로 별세하기까지 60여 년 동안 잠자리류, 나비류, 갑각류 등 한국 곤충분류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남한과 북한의 곤충을 연구한 학자로서 50여 편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으며…."(7쪽)
예순 해 남짓 잠자리를 비롯해서 나비나 갑각류를 잡아서 표본을 만들었다는 이승모 님이라고 합니다. 이녁은 남북녘 곤충을 함께 살핀 학자라고도 합니다. 남녘과 북녘이 서로 갈린 채 퍽 긴 나날이 흐르니, 이승모 님이 갈무리한 표본 자료는 더욱 뜻깊다고 느낍니다. 개발하고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들하고 숲하고 갯벌을 잔뜩 파헤치면서 자취를 감춘 잠자리가 있을 테니, 이승모 님이 갈무리한 잠자리 표본은 더더욱 뜻이 있을 테고요.
직 사람들은 남북녘을 홀가분하게 오가지 못하지만, 잠자리는 휴전선도 철책도 국경도 없이 남북녘을 가만히 날아다니겠지요. 도시도 자동차도 자꾸 늘기만 하면서 잠자리가 살 터전은 줄어들지만, 그래도 이 가을에 잠자리는 하늘을 힘차게 가르면서 날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