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2009년까지 출간한 7권의 책.
손인식
그때 신뢰를 회복하게 한 것은 글쓰기였다. 서예(이 또한 글쓰기다) 작가가 글쓰기(산문과 시)로 믿음을 산 것이다. 서예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도 산문이나 시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활자가 지닌 힘일까. 아무튼, 열심히 글을 쓴 덕에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 숫자가 많아졌다.
문화행사 기획안을 만들 때도, 진행 과정이나 결과도 글쓰기는 큰 무기였다.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문화사, 서예가가 느낀 이국의 풍정, 교민들 사는 이야기, 교민들을 배우고 가르치는 이야기, 작품과 창작 단상을 함께 엮은 책 등 6년 동안 일곱 권의 책을 발간했다. 이것은 모두 글쓰기의 힘이었다.
그런데 내가 글쓰기를 말하려는 진짜 핵심은 따로 있다. 다름이 아니라 글쓰기가 내게 그 어려운 시기를 견디게 한 절대적인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글쓰기는 내게 어떤 일, 생각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주었고, 결과를 산출하게 했다. 그리고 또 다음 일을 계획하게 했다.
나는 서예가다. 그러나 나는 서예에 입문하라고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더 권한다. 퇴직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글을 쓰라고 권하고, 현역에게는 성취를 더 높이기 위해서 글을 쓰라고 한다.
어떤 전문가에게는 전문가로서 사회에 이바지해야하므로 글을 쓰라 권하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에게는 전문성을 갖기 위해 글을 쓰라고 강조한다. 학생에게 하는 글쓰기 권유야 나까지 거들고 나설 것까지 있겠는가만 그래도 기회가 생기면 잔소리가 될 수 있는 말을 하고 또 한다.
내가 입버릇처럼 글쓰기를 권유하는 이유, 심지어 사윗감에게까지 글쓰기를 조건으로 내거는 이유는 다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더욱 확신을 두고 글쓰기를 권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 또 내 나름의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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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2015년 5월 인사동에서 산을 주재로 개인전을 열고 17번째 책 <山情無限> 발간. 2016,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현재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산마을에 작은 서원을 일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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