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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계사
글을 쓰는 장석주 님은 오랫동안 도시에서 책을 만지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책을 만지면서 책을 다루는 글을 쓸 적에는 언제나 '책하고 글'만 마음에 담았다고 해요. 그런데 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긴 뒤에는 '책하고 글'하고는 살짝 떨어지면서 새로운 여러 가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문학세계사,2016)는 바로 시골살이가 장석주 님한테 선물처럼 베푼 놀랍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갈무리한 수필책입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세상에 새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 깨닫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뭇새들이 집 안팎으로 날아든다. 동고비, 곤줄박이,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박새, 노랑텃멧새, 되새, 노랑할미새, 방울새, 꾀꼬리, 뻐꾹새, 쑥국새, 딱따구리, 멧비둘기, 쇠찌르레기, 물까치 ……' (43쪽)
장석주 님은 아침저녁으로 으레 찾아오는 수많은 새를 이야기합니다. 이제 시골사람 '가까이' 되었다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도시에서 살며 글을 썼다면 숱한 멧새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들추면서 글을 쓰셨겠지요. 이를테면 자동차 이름이랃느지 아파트 이름이라든지 상표 이름이라든지 말이에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를 읽다 보면 멧새 이름뿐 아니라 나무 이름을 줄줄이 읊는 대목도 나옵니다. 참말로 늘 보고 늘 마주하며 늘 생각하고 늘 쓰다듬는 이웃이기 때문에 나무 이름을 줄줄이 읊을 수 있습니다. 새도 나무도, 또 풀도 풀벌레도 모두 시골사람 이웃이에요.
'게으름을 피우는 것, 빗소리 들으며 낮잠을 자는 것, 그리고 바둑이나 포커 따위의 잡기를 좋아한다. 순두부, 두부 튀김, 청국장, 무국, 호박젓국, 떡국, 팥죽, 적포도주를 좋아한다. 찬이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밥상을 좋아한다.' (167쪽)
'둘러보면, 주위에 천재들이 즐비하다. 여기도 천재, 저기도 천재! 새들은 음계와 발성법을 배우지 않고도 노래를 한다. 벌이나 거미는 건축학을 전공하지도 않고 설계 도면 한 장 그리지 않고도 제가 살 집을 완벽하게 짓는다.' (1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