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에서 하노이로 가는 슬리핑 버스.
박혜경
Q1. 사파에서 하노이 가는 버스가 엄청났다며?음...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하노이에서 사파로 갈 때 탔던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는 정말 쾌적했는데, 돌아올 땐 시간이 맞지 않아 오전에 출발하는 일반 슬리핑 버스를 예약했다. 슬리핑 버스에 대해선 여러가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좀 불편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고, 화장실 앞자리엔 절대 앉지 말라는 충고도 있었다.
결론만 얘기하면 사람들이 그토록 말리던 '화장실 바로 앞자리'에 앉게 됐다. 숙소에서 부른 택시가 늦게 오는 바람에 터미널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타면 표를 받는 직원이 신발 담을 비닐봉지를 하나 주면서 몇 번 자리로 가라고 얘기해주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1번, 화장실 바로 앞 자리에 당첨됐다.
출발할 때에도 화장실 냄새가 좀 났지만 '음 이 정도야...' 했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을 열 때마다 엄청난 냄새가 풍겼다. 공중화장실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Q2. 냄새는 좀 참으면 되지 않아?그게, '좀' 참으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원래 어느 나라든 화장실 달린 슬리핑 버스는 냄새가 심하다.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싣고 다니는 대신 냄새도 견뎌야 하는 셈이다. 라오스에선 좌변기 커버가 날아가고 무릎 높이에 구멍 하나만 뻥 뚫려 있는 버스도 탔었는데 여긴 다행히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래도 '볼일'을 해결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사람들이 신발없이 화장실을 드나들길래 당.연.히 화장실용 신발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참다참다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화장실 문을 여니, 아무것도 없더라. 텅 빈 바닥엔 신발 대신 정체모를 물이 흥건했다. 변기 커버도 정체모를 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화장실을 이용했단 말인가!)
'정체모를 물'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로 그거다. 다시 간다면... 그 버스는 타지 않을 것 같다. 혹 어쩔 수 없이 타게 된다면 미리 화장실에 꼭 다녀와라. 그리고 화장실 앞자리는 피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