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철길, 수목원, 숲길 등 다채로운 산책로가 있어 좋은 구로 올레길.
김종성
전철 7호선 천왕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어가면 차도에 웬 기차 건널목 풍경이 펼쳐진다. 항동 철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이라도 기차가 달려 지나갈 것 같은 철길 건널목,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온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항동 철길은 과거 어느 회사의 화물운반용으로 쓰이던 철로였다.
구로구 오류동역에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5km 정도 단선 철길로 이어져 있다. 도심, 숲길, 논밭이 있는 시골길을 지나간다. 그런데 이 철길은 완전히 폐선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 군수물자를 실은 열차가 심야에 지나간단다. 이에 구로구청은 코레일과 협의해 안전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철길은 도시의 아파트와 교회, 주택 옆을 지나다 호젓한 숲길을 지나 푸른 수목원 옆을 지난다. 폐철로를 여유롭게 걷다보면 '여기가 서울맞아?'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 재밌다. 철길에 대한 추억이 없을 10대 청년들도 찾아와 철로 위에서 나름 모델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어 웃음이 났다. 어른들은 철길 옆 산책로를 걷는 반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나 아이들은 불편해도 굳이 철길 위로 걷는다. '자그락, 자그락' 철길에 깔린 자갈 밟는 소리도 좋다.
어른, 아이 누구도 서둘러 걷는 사람이 없다. 세상엔 많고 많은 길이 있지만, 철길만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여행심과 낭만을 부르는 길은 드물지 싶다. 철도 덕후 혹은 철덕(철도 오타쿠의 준말로 철도 애호가)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었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 항동철길역 간이역 간판은 놓치면 안 되는 포토존이다. 폐철로 옆으로 정다운 이웃처럼 '푸른 수목원'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