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진 주변의 공원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삼삼오오 모여 앉은 젊은이들의 유쾌함,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 모든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부러웠습니다. 우리의 마을도, 이런 모습일 수는 없을까요?
이창희
첨언: 콤팩트 시티를 얘기하면서 저자가 예시를 들었던 도시가 미국의 포틀랜드와 일본의 후쿠오카였다. 운 좋게도 두 도시를 모두 방문했고, 두 도시 모두 '대도시답지 않은 아늑함'을 느낀 바 있다. 도시의 확장을 추구하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주거지를 도시 밖으로 내보내며 구도심이 폐허로 내팽개쳐지는 우리의 많은 도시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9월 초, 주말을 이용하여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부산에서 쾌속선으로 세 시간이면 도착할 만큼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가끔 '일본'을 느끼고 싶을 때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찾을 때마다 '인구 150만의 대도시가 어쩌면 이리도 아늑한가'가 궁금했는데, 그 답이 바로 '콤팩트 시티' 개념에 의한 조닝 (Zoning) 콘셉트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후쿠오카 시 역시 다른 대도시의 재생 정책과 동일하게 대기업을 유치함으로써 도시를 키우고자 했단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제철소였으나, 절대적으로 후쿠오카에는 '물'이 부족하였다고. 게다가 1978년의 대가뭄을 거치면서, 도시는 대형 공장의 유치 계획을 전격적으로 철회하고, 개발 억제형의 '제어 능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도시'를 설계하게 된다. 도시를 억지로 키워서 사람들을 도시 밖으로 내쫓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좁은 도심의 내부에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도록 바꾼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후쿠오카는 일본의 어느 도시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깝고 (하카타역까지 시내버스로 10분에 채 걸리지 않는다), 도시의 중요 시설들 간에 대중교통(지하철 & 버스)으로도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카타 항, 하카타역, 텐진역의 주요 위치까지 모두 도보로 20분 내에 이동할 수 있었는데, 이는 어디에서도 대략 비슷한 동선이 나온다고 한다. 왜냐하면, 도시를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곳'으로 설계해 놓았기 때문이다.
텐진역 앞의 공원에서 이 책 <이토록 멋진마을>을 읽으면서 공원을 평화롭게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니, 과연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도시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차보다는 대중교통이, 도보나 자전거가 편리한 도시이고, 주말의 공원을 평화롭게 채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가진 일본이 맞나,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우리의 도시 재생, 지방 재생의 개념도 이런 '지속 가능성'에서 시작할 수는 없을까?
이토록 멋진 마을 - 행복동네 후쿠이 리포트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 김범수 옮김,
황소자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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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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