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제안 포럼'을 열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득훈 목사(공동대표)
유성애
박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목회자 성폭력'이라는 치명적 중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라며 "500년 전 종교개혁 때도 교황·사제들의 성적 타락이 만연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회 성폭력은 표면적 증상일 뿐, 교회 내 여성차별 의식과 목회자 중심의 권력·위계 구조 등이 뿌리 깊은 원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교회 성범죄 관련 각 교단 헌법의 실태·처리 등 구조 연구(강문대 변호사)'와 '해외 교단의 성 정책 관련 자료 조사(김애희 사무국장)' 등 발제와 더불어, 교회 성폭력 근절 관련 심층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최유진 목사(숭실대 교수)와 홍보연 목사(대한감리회 선교국 양성평등위 공동위원장) 등 여성 목사, 권대원 삼일교회 집사(치유·공의를위한TF팀) 등이 참석했다.
해외 교단, 어떻게 처벌하나... "목회자 성범죄, 전적으로 목회자 책임"김애희 개혁연대 사무국장은 "교회 내 목회자 성적 비행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국 교단이 어떤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할지, 그 제안에 앞서 해외 교단의 관련 정책들을 살펴봤다"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목회자의 성범죄와 관련해 어떻게 처벌하는지 등 독일·미국 등 교회들의 사례를 발표했다.
미국 장로교회(PC USA)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독일 개신교회(EKD), 캐나다연합교회(UCC) 등 해외 교단 별로 목회자 성범죄 관련 사항들을 살펴보자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 모두 ▲ 교단이 앞장서 성범죄 피해 신고·상담 접수 기관을 운영하고 ▲ 성범죄 관해 목회자 책임을 크게 처벌하며 ▲ 피해자 구제 대책·절차 등을 자세히 안내하는 등 교단이 피해 구제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특히 "해외 교단에서, 목회자의 성적 비행은 모두 목회자의 책임"이라며 "이는 목회자가 그 권위와 힘을 남용해 기독교 윤리상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취급된다"라고 밝혔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게 비교적 우호적이고 관대한 한국 교회 분위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관련 기사:
한국 기독교회, 성추행 목사 절대 처벌 못 한다,
'성추행 의혹' 김해성 목사 측 신자들 "목사님 믿겠다").
"해외 교단에서는, 교회 내 성폭력이나 성적 비행에 있어 모든 책임은 (여신도가 아닌) 목회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목회자는 교인에 대해 절대적인 힘의 우위에 있다. 목회자에 비해 교인들과 전도사는 항상 자원과 힘의 사용에 있어 약자로 위치한다. 의미 있는 동의란 있을 수 없다. 표면상 합의로 이뤄진 관계라 할지라도, 목회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비행임은 분명하다."(김애희 국장)김 국장은 이어 "캐나다연합교회의 경우 매해 1회씩, 모든 교회 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성 학대 예방 교육을 3일간 진행한다"라며 교단 차원의 성범죄 관련 교육을 강조했다. "해당 교단에서는 성적 학대(목회자 성범죄) 관련 기구 구성에서도 여성을 꼭 포함하고, 다수를 구성하는 위원이 여성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교회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대안도 있을까? 김 국장은 목회자 청빙·피해자 지원 등을 들었다. "목회자 청빙 과정에서 미리 성 정책 지침서를 숙지·동의하는 절차를 거치고, 과거 성적 비행으로 인해 징계받은 적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회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교단이 먼저 피해보상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는 등 관련 법적 비용을 부담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교회는 그렇지 않다.
"한국 교단? 총체적 부실"... 성범죄 처벌 규정 있는 교단 한 곳도 없어현재 한국 교회 상황은 어떨까. 성범죄와 관련한 한국 교단의 현황은 해외 교단의 그것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 한국 교회 내 성범죄 관련 신고·상담기관 전무 ▲ 교단 노회·총회 등 남성 목회자 위주로 이뤄진 의결기구 ▲ 교회 내 뿌리 깊은 여성차별 ▲ 남성 목회자들의 낮은 성 평등 의식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구강성교 강요' 의혹 등 전병욱 목사(54, 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성추행 피해자 측 8명의 주장·증언이 담긴 책 <숨바꼭질>을 펴낸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는 성범죄 대처 관련 한국 교회 현실을 "총체적 부실"이라고 비판했다. "성 평등 교육도, 관련 상담 기관도, 징계 규정도 없으며 처벌마저도 동료 목회자들의 '봐주기'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성폭행 말하면 교회 사역 망쳐" 교회 목사 성 추문 반복되는 이유성관계는 하나님 뜻? '영적 아버지' 목사들의 성 추문 흑역사 실제로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가 한국 교회 각 교단의 헌법(교회법)상 성범죄 관련 규율·이후 처리 실태 등을 살펴본 결과, 각 교단의 헌법(권징勸懲조례) 중 성범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헌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목회자의 성범죄를 직접적인 처벌 사유 또는 대상으로 삼는 교단은 한 곳도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