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일출봉
이지훈
생태적으로 중요한 관광목적지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지속가능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생태관광의 주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생태관광은 그 관광대상인 자연 및 문화유산 보호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혹시나 관광으로 인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최소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환경훼손을 복원하는 데 그 수익금의 일부를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생태관광자원의 지속가능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생태적으로 예민한 곳을 탐방하는 것이니만큼 우르르 몰려다니는 대규모 단체관광은 안 되겠지요? 당연히 생태관광은 개별 관광객 및 소규모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특징도 갖게 됩니다.
다음으로 종종 잊기 쉬운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해당 유산 지역에 오래 전부터 그 유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지역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입니다. 생태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유산지역의 생태관광 계획과 개발, 운영 과정에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관광 수익금도 해당 지역 주민 고용과 이익창출, 복지증진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더 해당 관광지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기 때문이지요. 단지 떡 부스러기 나누어주는 정도의 고용이나 눈 가리고 아웅 식 개발 이익의 지역 환원은 생태관광의 기본원칙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생태관광이 '자연관광'이나 '녹색관광'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관광목적지 자연 및 문화유산을 관광객들에게 '해설'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바로 이것, 생태관광이 교육 및 해설적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생태관광에 참여하는 관광객들이 보람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해당 탐방지역을 보호해야겠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생태관광은 '겸손한 관광'다시 돌아와 물어볼까요? 생태관광이란? 짧게 답한다면?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오던 차에 최근 비로소 그 답을 찾았습니다. 제 생각에 그것은, '겸손한 관광'입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생태관광은 교육 및 해설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빛(가치:光)을 제대로 보기(觀) 위해서, 즉 제대로 관광(觀光)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알아야' 되기 때문이지요. 두 가지 사례만 들어 볼까요?
제주도라는 섬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즉 제주섬에서 화산활동이 시작된 시기는 약 180만 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나게 긴 시간을 가리키는 숫자인 180만 년을 지질학자들은 아무렇지나 않게 그냥 '매우 젊은 화산섬'이라 얘기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180만 년은 고사하고 18만 년, 아니 1만 8천 년이라고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이라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왜 그럴까요?
그건 지구가 만들어진 46억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46억 년과 비교해 보면 180만 년은 바로 '엊그제'에 불과한 시기라는 것이지요. 아무런 생명이 없는 것 같은 제주섬의 시커먼 돌과 바위 그 지질층위 속에 감추어져 있는 지질사의 타임캡슐을 조금만 열어보아도, 100년도 채 못사는 인간세상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