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들은 비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방울방울 고운 이슬을 만들어 제 몸 한가운데도 모으고 깜냥보다 많으면 쏟아내곤 했다.
김종신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함양 상림은 폭 80~200m, 길이 1.6km로 약 21만㎡(6만3000평) 면적의 상림은 신라 말기 진성여왕 때 함양 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운 선생이 위천이 자주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 숲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인공림이 아니라 자연림이라고 했다. 숲의 가치를 깨닫고 지키고 가꾼 것이라고 했다.
여하튼 숲은 대홍수로 둑의 중간이 잘려나가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다시 마을이 점차 커지면서 하림은 없어지고 현재의 상림만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숲은 천년 넘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각종 풍상을 겪은 셈이다.
상림에는 100~500년 된 느티나무, 신갈나무, 이팝나무, 층층나무 등 120종 2만여 그루의 활엽수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키 큰 나무인 활엽수 밑으로는 멍석딸기, 복분자딸기, 인동 등이 숲의 식구로서 더불어 살고 있다.
무리를 이루어 핀다고 '꽃무릇'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석산은 상사화가 아니다. 상사화가 칠월칠석 전후로 잎이 진 뒤에 연분홍이나 노란 꽃이 피는 데 반해 석산은 추석을 전후로 꽃이 핀다. 꽃이 진 뒤에 잎이 나와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열매도 알뿌리만 번식한다.
단풍도 이보다 고울 수 없다. 가느다란 꽃줄기 위로 여러 장의 빨간 꽃잎이 한데 모여 말아 올린 자태가 마치 빨간 우산을 펼친 것 같다. 폭죽처럼 핏빛 꽃망울을 일제히 터뜨린 꽃무릇은 숲으로 걸어가는 걸음을 가볍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