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업무브먼트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동현 목사의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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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성추문 흑역사' 첫번째 기사에서는 1990년대부터 2016년 현재까지 언론에 알려진 교회 목사들의 성추문 '흑역사'를 정리해봤다. 이처럼 반복되는 목사들의 성추문은 기독교에 '개독교'라는 오명을 안겨주었다. 그런데도 왜 비슷한 사건이 매년 반복되는 걸까?
[목사 성추문 '흑역사'➀] "성관계는 하나님의 뜻"? '영적 아버지' 목사들의 성추문교회 목사 성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네가 입을 열면 우리 사역을 망친다"는 등 이동현 목사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 교회 내의 뿌리 깊은 여성차별 ▲ 목회자들의 낮은 성 평등 의식 ▲ 목회자 양성기관(신학대)의 부실한 성교육 ▲ 교회 내 성범죄 관련 신고·상담기관 전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동현 목사 피해자인 A씨는 당시 편지를 통해 "이 사회가, 교회 제도가, 잘못된 문화와 인식이 성도들뿐 아니라 성직자들까지도 성범죄에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이동현 목사 한 명만 드러나고 주목을 받은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회 내 위계·위력 관계 개념 교육, 성범죄 관련 교육을 의무화할 것" 등 대안을 제시했다(관련 기사:
"이동현 목사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입니다").
교회 내 뿌리 깊은 성차별, "어디 여자가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올라와" 교회 내 성폭력은 남성 목사-여성 신도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며, 성직자-신도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지닌다. 최순양 이화여대 박사는 작년 5월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 포럼에서, 한국 교회가 성폭력 피해에 취약한 이유로 '남성 중심적 교회 문화'를 꼽았다. 교회 내 여성의 종속적인 지위와 순종적인 여성상, 남성 중심적 성서해석 등이 교회 내 성폭력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남성) 목회자들의 성폭력은 주로 교회 신조나 믿음 체계, 여성 신앙 교육 등을 악용해 발생할 때가 많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의 성적 결정권이 교묘히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고(…) 또 남성 중심적 성서해석, 기독교 교육에 익숙한 여성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나 남편, 남성 목회자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목회자를 범죄자로 인식하거나,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최순양 박사)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교단·교회 내 성 평등 의식 부재, 성차별적 분위기가 꼽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등 "여성안수에 대한 성경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여성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도 있다. 교회 내 성차별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는 과거 교단 총회장, 즉 최고 권위자가 2003년 11월 말한 '기저귀'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이던 임태득 목사는 총신대학교 800여 명 전교생 앞에서 "어디 여자들이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올라와? 안 돼", "(타 교단은) 여자목사, 여자장로 만들어도 우리 교단은 안 돼, 그게 보수고, 신학에 맞는 거야"라고 말했다. 교단 총회장의 이 발언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고, 결국 그는 면직됐다.
그런데 예장합동 교단 산하 총신대학교는 올해 초 '여성 목사 안수'를 공개 기도한 P박사의 강의를 교체하고 여성 박사를 강의에서 배제해 논란이 됐다. 해당 교단은 여전히 공공연하게 여성 목사 안수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련 기사]"이게 신학교인가 군대인가" 어느 해고강사의 질문(인터뷰) 여자는 '기저귀' 차서 목사가 될 수 없다? 총회장 '기저귀' 발언 목사들의 낯 뜨거운 발언은 또 있다. 2005년 전광훈 목사(현 사랑제일교회, 청교도영성훈련원장)가 한 '빤스' 발언이다. 해당 발언은 당시 성희롱 요소가 들어가 있어 논란이 됐으나, 다수 목사가 남성임을 감안할 때는 성차별적 요소도 다분하다.
2005년 1월 전광훈 목사는 약 2000명 목사가 참석한 집회에서 "(교회) 여집사들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빤스(팬티) 벗으라면 다 벗는다, 목사가 벗으라고 해도 안 벗으면 내 성도가 아니야"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전 목사는 이후 2011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설령) 그렇다고 해도 (목사가) 집사들에게 책임을 지우면 안 된다는 맥락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전 목사는 이어 2006년 4월에도 성도들에게 설교 중 "강대상에서 앞에 앉아 있는 X들 보면 젖꼭지 새카만 게 다 보인다, 그럼 돼 안 돼?"라고 발언했으나, 이와 관련해서도 이후 "세속에서 그 발언만 따서 보도하니 문제가 된다"며 "그 자리에 있던 여집사들은 아무도 내 발언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700여 명 목회자, 전병욱 면직 촉구했으나 처벌은... 최순양 박사는 이어 교회의 안일한 대처에도 일침을 놨다. "교회는 성폭력에 대한 윤리적·신학적 통찰을 하지 않고 있다, 교회는 여전히 힘 있는 목회자(가해자) 편을 들고 이를 두둔·은폐하는가 하면, 피해자(여성)를 되레 비난하고 고소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교회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여성은 '꽃뱀' 혹은 '이단'으로 취급되곤 했다. 최 박사는 이러한 사례로 '전병욱 목사 사건'을 꼽았다. 2010년 당시 전 목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 여성이 교회 내에서 되레 "목사를 유혹해서 넘어뜨리려고 준비한 이단 교인"이라고 공격받는 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전 목사 성추행 관련 진실을 밝히려 수년간 활동하고, 전 목사의 '구강성교 강요' 의혹 등 전 목사 성추행 피해자 측 8명의 주장과 증언이 담긴 책 <숨바꼭질>을 펴낸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도 이런 지적에 수긍했다. 이 목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교회들의 성범죄 대처 현황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비판했다.
"일반 기업·학교와 달리,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는 물론이고 교회 내에도 성 평등 교육이 없다 보니 목회자·신도들 모두 어떤 게 성추행이고 아닌지 잘 모릅니다. 상담할 만한 교회 단체·기관이 없어 성범죄를 당해도 피해를 호소할 데도 없고요. 교회법상 성범죄 관련 처벌규정도 없고, 더불어 (교회 사법기관인) 노회·총회가 모두 목회자로 이뤄져 있으니 징계나 처벌도 제대로 안 이뤄집니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