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난한 집 자식들'은 군대에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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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병역면제비율은 0.3%였지만,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병역면제자 비율은 4.4%였다. 10배 넘게 차이 나는 수치다. 사실, 친구들과 "누구는 아버지가 높은 자리에 가야 해서 (군대에) 간다"거나 "이미 빠질 수 있는 애들은 해외 국적을 빌미로 다 빠졌다. 공직자들은 별수 없겠지만, 그냥 돈 많은 집안은 군대에 가지 않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그런 우리가 느끼는 체감 병역면제율은 4.4%보다 훨씬 높다.
이런 상황은 젖혀두고서라도,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모병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요 논리인 '가난한 집 자식만' 타령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가난한 집 자식만' 얻는 직업은 이미 우리 사회에 충분히 많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11%를 넘는다.(국회예산정책처) OECD 국가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6년 2월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취업자는 2500만 명인데 고용보험 순수피보험자는 1200만 명이다.
산재 제도도 부실하다. 고용노동부의 공식자료에 따르면 2014년 재해율은 0.53%이다. 하지만 단순히 근로자 만 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망 만인율은 같은 해에 1.08%이다. <한겨레>의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해율은 OECD 평균의 1/4 수준이지만 사망만인율은 1등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산재 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누락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최저임금도 고용보험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근로자의 사망률도 OECD에서 제일 높은 나라에서 마치 '군인만' 위험하고 안 좋은 직업인 양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우리나라 청년들은 위험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직업의 귀천'이 있고, 가난한 집일수록 '좋은' 직업을 가질 기회는 적어진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졸 취업자 중 4대 보험 가입자가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30.4%에서 26.4%로 떨어졌다. 자의든 타의든,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돈을 버는 청년들이 4대 보험조차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의' 운운하기 전에 해야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