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금지 표시가 돼 있는 운동장.
이민선
이윤정 선생은 인조잔디와 우레탄에 대한 동료 교사들 의견을 전했다. 기자를 만나기 직전에 조사했다고 한다.
이 선생 조사에 따르면, 많은 교사가 '보기에 좋고, 먼지가 안 날린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으로는 '유해물질 때문에 학생들 건강이 염려된다'는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밖에 '여름철에 너무 뜨겁다'는 점, '고무 조각(폐타이어로 만든 충진제)이 교실에서까지 나돈다'는 것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결론은 대부분 '예전에 있던 흙 운동장이 인조잔디보다 좋다'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조잔디와 우레탄을 고집하는 학교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 원인을 두 사람(윤 선생과 이 선생) 모두 '아직도 인조잔디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인조잔디와 우레탄을 걷고 흙 운동장을 만든다고 하면 반대하는 분이 참 많아요. 이 분들 설득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인근 주민이 반대해서 애먹은 학교도 있고, 동네 조기 축구회에서 현수막까지 걸고 반대해서 어려웠던 학교도 있어요. 1년 넘게 이 분들 설득하느라 애먹은 학교도 있어요. 학교 구성원이 인조잔디와 우레탄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실제로 아직도 우레탄을 고집하는 학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며 아이큐를 낮추는 물질로 알려진 납이 검출됐는데도 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KS(한국산업표준) 기준치인 납 90㎎/㎏을 초과해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진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을 걷어내고, 흙이나 천연잔디로 교체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최초 조사에서 대상 학교 13% 정도만 흙이나 천연잔디 운동장을 원했고, 무려 86%가 우레탄으로 재시공하기를 원했다.
'우레탄 시설 개보수 사업설명회' 등을 개최해 설득 작업을 벌이고 난 뒤에는 흙 같은 친환경 운동장을 원하는 비율이 65%로 대폭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35%는 우레탄 재시공을 원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 학교가 우레탄 유해성 문제로 몸살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유해물질이 검출돼 운동장 시설을 개·보수해야 하는 학교 중 약 50% 정도가 우레탄 재시공을 원하고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운동장은 황량했다. '유해성물질이 검출돼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과 제멋대로 나뒹구는 쓰레기가 아이들이 떠난 운동장을 지켰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그릇된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운동장은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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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버섯 핀 운동장, 아이들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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