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의 여자>겉표지
시공사
독일의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중에 <계단 위의 나체>라는 작품이 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한 젊은 여인이 나신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야하게 여겨지지 않는 작품이다.
이런 그림을 보면 한편으로 '이 여성의 실제 모델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알게 된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계단 위의 여자>에는 제목처럼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의 여인을 그린 그림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림의 제목도 <계단 위의 여자>다. 주인공은 한 전시관에서 이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이 여인의 실제 모델은 수 십 년 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다.
단순히 짝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서로 미래를 약속했던 사이. 그런데 그 여인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고 상처 받은 주인공에게 그 그림이 앞에 나타난 것. 주인공은 사립탐정을 고용해서 그 여인이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알아내서 찾아가려고 한다.
행방을 아는 거야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도, 만나게 되면 서로 어색할 수도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왜 자기를 떠났냐고 물어볼까. 그렇더라도 주인공은 그 여인을 찾아 간다. 과거의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계단 위의 여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 배수아 옮김. 시공사 펴냄. 13,500원 M. C. 비턴 <험담꾼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