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도 실을 수 있고 아이도 태울 수 있는 자전거
이훈희
이튿날 아침 일찌감치 암스테르담 탐험에 나섰다. 도착하는 날은 정신이 없어 살펴보지 못했던 집과 도로가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필자가 묵었던 곳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반적인 층수 낮은 아파트였는데 이 지역 전체 주택들이 건물들 사이 공간이 없이 모두 이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하면 건물들 사이 유휴공간을 모아서 공적 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 나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역시나 수많은 자전거들이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암스테르담을 동네 거리에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전거들 디자인은 이건 실생활에서 사용한다는 걸 말하려는 듯 무척이나 수수했다. 자전거 타기가 일종의 스포츠가 된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자전거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커다란 짐칸을 가진 자전거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자전거를 주된 운송수단의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 주택 지역을 거닐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도로의 이름을 딴 인물들의 초상화가 각 도로 명패와 함께 건물에 걸려있는 모습이었다. 필자가 묵는 숙소 근처에 이런 도로가 몇몇 있었는데, 마르텐 하페르슨 트롬프(Maarten Harpertszoon Tromp, 1598-1653), 레이니어 클래스젠(Reinier Claeszen, ?-1606), 빌럼 데 클레르크(Willem de Clercq, 1795-1844), 빌럼 빌데르데이크(Willem Bilderdijk, 1756-1831) 등이 거리 이름의 주인공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