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책방을 지켜 온 기나긴 나날 이렇게 도시락을 드셨다고 합니다.
최종규
작은 헌책방을 찾아가면서 언제나 '오늘은 어떤 아름다운 책을 만나면서 기쁨을 누릴까?' 하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떤 놀라운 책이 나를 손짓하면서 부를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알지 못하던 어떤 책을 만나려나 하는 생각에 설레고, 여태 알아차리지 못하던 어떤 책을 오늘 바야흐로 알아차리면서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근거립니다.
<책방진호>에는 여러 갈래 책이 고루 있습니다. 책방이 그리 크지 않으니 책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만, 자그마한 자리에 알맞춤하도록 갈래를 지어서 책을 갖추었고, 어느 책을 보든 알뜰히 손질이 되었습니다.
언뜻 보자면 '헌책방에 있는 책'은 모두 이처럼 깔끔한 줄 여길 수 있겠지만, 속을 들여다보자면 '<진호> 사장님이 모든 책을 샅샅이 매만지고 다듬어서 꽂'았기에 책꽂이도 책도 무척 정갈합니다. 때때로 어느 책은 비닐에 곱게 싸이기도 하는데, 값있으면서 다치지 않아야 할 책은 책방 사장님이 찬찬히 비닐에 싸 놓았지요.
이러한 책방 얼거리를 제대로 모르던 때에는 '이 책을 보던 예전 임자는 책을 참 아꼈나 보다' 하고 여겼는데, 나중에서야 '<진호>에 꽂힌 책은 모두 <진호> 사장님이 새로 손질하고 매만져서 꽂은 책'인 줄 알았습니다.
헌책방 사이에서 책을 훌륭히 잘 아는 책방지기로 손꼽히는 곳이 <진호>인 줄도 나중에 알았어요. 더욱이 <진호> 사장님은 일본말을 혼자 익혀서 일본책을 읽어내시기도 합니다. 책방에 손님이 없을 적에는 책상맡에서 조용히 책읽기를 누리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