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치부책과 외삼촌이 기록해준 장부
나관호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아주 오래된 어머니의 치부책을 찾았다. 외삼촌이 어머니와 관련된 것을 정리해두신 치부책도 있었다. 그것을 보며 오랜 옛날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까지 어머니는 나를 업고 밤마다 여러 이웃집을 다니셨다.
갈림길이 나오면 나에게 묻곤 하셨다. "둥개둥개, 내 아들! 관호야! 오늘은 어디로 갈까?" 그러면 나는 가만히 있다가 "이쪽!!"이라고 외쳐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곳으로 가셨다.
어느 집에 다다르면 잠시 망설이다가 "○○○ 엄마 있수"라고 아주머니를 찾았다. 병철이 엄마는 어머니를 집으로 들이지 않았다. 가만히 들어보면 빌려간 돈을 달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러나 돈을 빌려 간 ○○○ 엄마는 밤에 어머니가 찾아 왔다고 뭐라고 하고, 돈을 갚는 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의 나였지만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었다. 어린 나는 어머니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하곤 했다.
이웃사람들이 어려울 때는 어머니를 찾아와 돈을 빌려 갔지만 갚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 몰래 빌려주신 돈이었다. 어떤 경우 집에 돈이 없으면 어렵다는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지 못하고 다른 집에 가서 어머니가 빌려다가 그 사람을 돕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