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조명이 많아진 도심 속 빛 공해로 인한 피해와 민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박장군
빛 공해 피해 민원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수면에 방해가 된다거나 빛으로 인한 눈부심으로 생활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2012년 전국적으로 2859건, 2013년 3210건, 2014년 3850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서울지역에서만 2014년 1571건, 지난해에는 1216건의 민원이 제기돼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식물 생장과 생태계 변화에도 나쁜 영향도시뿐 아니라 농촌도 빛 공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들깨 농사를 짓는 최모(52·전북 순창군 복흥면)씨는 지난해 농사에서 큰 피해를 봤다. 순창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들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 수확의 기대를 높였지만 막상 9월 중순이 됐을 때 그가 키운 들깨는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다.
가로등이 있는 마을 길 바로 옆 밭에 모종을 심은 게 화근이었다. 밤에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작물들은 인공조명 때문에 야간에까지 빛에 노출될 경우 밤낮 없는 광합성 작용의 영향으로 열매가 늦게, 부실하게 여문다. 그는 얼마 못 가 밭을 갈아엎었다.
빛 공해는 대표적으로 농작물 수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2011년 5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10lx 밝기의 빛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벼는 보통 16%, 가장 심한 들깨는 94%까지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로등 바로 아래서 측정한 밝기가 30~50lx인 것을 감안하면 인공조명으로 인한 작물 피해는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 빛 공해 피해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인공조명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보상 사례가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의왕역 부근인 경기도 군포시 부곡동에서 콩과 들깨를 재배하는 농민이 '철도역 야간조명 때문에 농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했다'며 피해배상을 요구했고,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배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생태계 교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도 빛 공해가 지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간에 우는 매미다. 매미 울음소리는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정도로 심한 생활소음원이다. 주로 낮 시간에 활동하는 매미가 한밤중에도 우는 이유는 빛 공해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야간에 매미가 우는 지점(조도 153~212lx)은 가로등과 같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매미가 울지 않는 지점(52.7~123lx)에 비해 지나치게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생태교육연구소 한영식 소장은 "주광성 곤충인 매미는 원래는 밤에 울지 않아야 정상"이라며 "빛 공해가 소음 공해로까지 이어지고 결국 인간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 등 질병으로도 이어지는 야간 조명사람이 지속적으로 빛에 노출되면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2014년 고려대 의과대 빛공해 연구팀이 발표한 '빛 공해에 의한 건강 영향 연구결과'에 따르면, 빛 공해는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에 직접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빛이 있는 방에서 수면을 취한 경우 상대적으로 얕은 수면 상태인 '렘수면'이 길게 이어졌다.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눈 피로도 검사에서도 충혈 및 안구건조 증상이 나타났다.
이은일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빛 공해에 노출되는 경우 잠을 자는 동안 분비돼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억제된다"며 "전체적인 신체 피로도가 쌓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암 발병률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