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속 소금밭에서 대하가 붉은 낙엽인 듯 발그레하니 물들어간다.
조찬현
넓은 바다도 좁다며 등을 구부린 채 살아온 통 큰 대하다. 이들을 냄비 속 소금밭에 던져 넣었다. 어느새 붉은 낙엽인 듯 발그레하니 물들어간다. 머리는 잘라내고 몸통은 껍질을 벗겨낸다. 초장을 듬뿍 찍어 한입에 삼켜버린다. 또 한잔 술잔이 비워진다.
잘라낸 새우대가리는 기름에 다시 튀겨 내온다. 머리 쪽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고 먹으면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가히 일품이다. 이는 짜릿하고 상큼한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거리다. 바람에 구름가고 바늘 가는데 실 가듯 맥주와 소주잔이 번갈아 움직인다. 안주거리에 따라 주종을 달리하며.
이렇듯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맛있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 앉아 세상을 논하며, 개똥철학이라도 좋다. 또한 그간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사는 게 재미있어서일까, 아니면 한잔 술에 취해서일까. 아무튼 이날의 술자리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동안 어둡게만 보였던 밤하늘의 빛깔도 그날만은 붉으락푸르락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