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과 의열단> 책 표지
깊은샘
저자는 의열단의 주요 투쟁들을 정리하며, 배경과 과정, 의의까지도 자세하게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일제 당국의 감시와 검열 탓에 사건의 전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의거 후에 있었던 짤막한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상세히 언급하는 꼼꼼함을 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상해 황포탄 사건'에 대한 후일담이다.
상해 황포탄 사건이란 1922년 3월 28일, 의열단원 오성륜, 김익상, 이종암이 일본 육군 대장 다나카 기이치(田中義一)를 저격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이다.
당시 오성륜은 상해 황포탄 부두로 내리는 다나카를 향해 권총 1발을 발사하였으나, 그만 지나가던 영국 여성이 맞아 즉사하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 뒤에는 비화가 있다. 이 사건으로 일본 나가사키 형무소에 수감된 오성륜에게 한 영국 남성이 찾아왔다. 그는 바로 오성륜의 총탄에 아내를 잃은 남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오성륜의 손을 붙잡으며 꺼내는 말은 의외였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나는 불행합니다. 그러나 결코 그대들을 원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그대들을 존경합니다. 나는 아내의 죽음으로 그대들을 영원히 기념하려 합니다. 앞으로 내게 기회가 있고 또 내 힘이 자란다면 나는 그대들의 해방운동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의열단을 이끌었던 리더 김원봉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의열단의 의거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책 정보] <약산과 의열단>, 박태원 저, 깊은샘, 2015, 12,000원.③ 푸른 눈의 여성 기자, 의열단원을 취재하다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