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무화과
최종규
무화과를 실컷 따서 먹습니다. 우리 집에는 무화과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화과나무는 감나무 못지않게 여느 살림집에서 제법 많이 키웁니다. 제가 나고 자란 인천에서도 무화과나무를 마당에 기르는 분이 꽤 많았어요. 전남 고흥에서도 읍내를 거닐다 보면 골목 안쪽 집 마당에서 무화과나무를 곧잘 봅니다.
우리가 심은 무화과나무는 아니지만, 이 집에 깃들 적에 무화과나무가 퍽 작게 있었어요. 우리는 이 나무를 살뜰히 건사하기로 했고, 가지치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지를 치면 나무는 '난쟁이 나무'가 되지요. 이러면 사다리를 안 받치고도 열매를 따기 쉽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나무에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느껴요.
나무는 나무대로 즐겁게 자랄 때 사람한테도 더 살갑게 열매를 베풀 것이라 봅니다. 열매를 얻으면서 고맙다고 노래합니다. 열매가 조그맣게 달려서 차츰 무르익을 적에는 아침저녁으로 바라보고 쓰다듬으면서 기운을 내라고 속삭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열매를 따고, 높은 가지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 땁니다. 무화과나무는 가지가 단단하면서도 잘 휘기에 살살 잡아당겨서 열매를 딴 뒤에 가볍게 놓아 주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