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도라 가르시아(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
이주빈
2016광주비엔날레의 대표작 격인 <녹두서점...> 역시 마찬가지. 광주의 현장에서 주제를 이끌어내고, 이를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신선했다. 하지만 '외재적 시각'의 한계였을까. 도라 가르시아의 작업은 광주의 한 잊혀진 시대와 공간을 복사해서 재배열하는 것조차 벅차보였다.
예술에서 시대와 공간의 재구성과 재배열은 반드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이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이동의 과정에서 작가의 문제의식 즉 '지금, 왜, 나는, 여기에서, 이 작업을, 하고자, 하는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녹두서점....>에선 시간과 공간이 그 어떤 '너머'로 '넘어갈' 때 반드시 '스미고, 번져야 하는, 주체'의 그 '무엇'을 발견하기 어렵다.
2016광주비엔날레 전시작들은 "우리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엔 대체로 진지하게 응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관객들이 기대했고, 11번째를 맞이한 광주비엔날레 스스로가 던졌던 질문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선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한때 대형 설치미술이 유행하던 자리엔 미디어 아트가 대신 들어앉았고, '근대의 유령'을 호출하던 자리엔 맥 잃은 현장의 화면들이 대신 흘렀다.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유행의 코드만 넘실댔다.
천만다행인 것은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에서 느낀 아쉬움을 <정영창 초대전>에서 깨끗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창 화백은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마스터 클래스를 졸업한 뒤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정영창 초대전>은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016광주비엔날레가 끝나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