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형감독 사진제공조성형감독, 독일영화 스텝들 그리고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의 주인공으로 나온 북한 가족들과 함께 국가유공자 묘지에서 찍은 사진
조성형
- 이번 영화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번 영화 바로 전 <사랑, 약혼, 이별>을 찍었을 때, 나는 직접 북한에 가서 찍지는 못했다. 그 때는 내가 직접 북한에 가서 영화 찍을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나는 남한 사람인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겠나.
그때 공동 제작을 하려고 한 독일 제1 공영 방송에서 내가 북한 가서 영화를 찍을 경우, 엄청난 돈을 가지고 합작을 하겠다고 제안이 왔었다. 그런데 반드시 내가 북한에서 영화를 찍을 경우에만 합작을 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합작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그때 우리(영화 제작사)가 자금난으로 영화를 찍을지 말지 기로에 있었다.
그래서 '그럼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국적을 바꾸고 북측과 연락했다. 처음에는 북측에서 나와 대화하는 것도 꺼려했다. 독일 제작자가 북측과 대화할 때 내 이름을 언급했지만 북측에서는 내 이름만 빼고 없는 사람처럼 대화했다. 그러다가 국적을 바꾸고 처음 평양에 갔을 때, 북측 사람들이 좀 피하더라, 아무래도 남한 출신이다 보니……."
- 그렇다면 현재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독일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독일 국적을 지녔다고 북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영화를 진행할 때 어떤 어려움이 존재했나?"처음에는 헤어졌던 북한, 동독 연인들의 상봉을 그리는 영화를 북측에 제안했다. 북측에서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하더라. 실망을 많이 한 채로 독일로 돌아와서 제작투자를 하기로 했던 방송국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빠지겠다고 하더라.
그러다 몇 달 뒤, 방송국에서 '북한 인민들의 수령에 대한 사랑'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찍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생각도 못해본 것이었다. 그런데 '독일 방송국'에서 그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이 제안을 다시 북측에 하니, 그 쪽에서는 이 주제는 너무 '정치적'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다 우리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인민들의 일상생활'이었기 때문에 이 주제로 찍어보겠다고 제안을 하니 북측이 받아들였다.
주인공은 우리가 직접 뽑지 못했다. 장소도 설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다른 영화 어느 팀이 와도 똑같다. 영화 제작의 기본적인 것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전 조사만하기 위해 북을 세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그랬더니 북측 사람들도 내게 신뢰를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안내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이 참 힘들었다. 그것이 정말 부담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촬영할 때 사람들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데, 북에서는 안내원을 비롯하여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터뷰하는 북측 사람들이 안내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 때문에 북측 담당자와 정말 많은 토론을 했다. 때론 협박 같은 것도 하며 좀 더 자연스러운 촬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설득했다. 아마 우리가 안내원 없이 북에서 인터뷰 장면을 촬영한 첫 번째 영화팀이었을 것이다."
- 북한에 대한 주제는 그것이 무엇이든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민감한 소재다. 아직도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뿐만이 아니라, 이제 '종북'이라는 프레임의 사상 검열까지 횡행한다. 북한에 관련한 영화를 찍는다는 이유로 이러한 비판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북한 관련 인권단체에 일한다는 한 탈북자는 영화를 보지도 않고 북한 선동영화라며 굉장히 흥분했다. 그분 말로는 북한 사람들과 북한 정권은 구분할 수 없다고 하더라. 이러한 반응들에 나는 아주 놀랐다. 대다수 북한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북한에 사는 사람들과 북한 정권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북한 정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과 외신 미디어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부분 비판적이다. 북한 관련 영화 역시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이번 영화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은 그러한 영화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나?"개인적으로 북한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북한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 같지 않다. '비판'이라는 것은 생산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가. 현재 북한 관련 많은 영화들은 비판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북한을 우스꽝스럽게 보거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러한 영화들은 우리가 북한에 갖고 있는 선입견들만 재확인할 뿐이었다.
내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직업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농부들은 일주일에 며칠 일하는지, 공장의 노동자들은 하루에 몇 시간 일을 하는지, 군대에서의 삶은 어떠한지 말이다.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알지 못한 새로운 것들, 그것이 나에게는 소중했다. 나는 비판적이라기보다,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그들을 보려고 했다. 직접 만나보니, 다 정이 가는 순박한 사람이더라."
포기한 한국 국적, 그리고 새로운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