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도 없이... 중국, 오바마 '의전 홀대' 논란

양국 관계자 사이에 고성 오가기도... 오바마-시진핑, 4시간 넘게 격론

등록 2016.09.05 09:16수정 2016.09.0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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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의전 논란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의전 논란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워싱턴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전을 둘러싸고 '기 싸움'을 벌였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4일 중국 항저우 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홀대를 받았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도 오갔다고 보도했다.

양국의 신경전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을 태운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항저우의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중국 측은 이동식 계단을 준비하지 않았다.

중국 측 "여기는 중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이용하는 앞문이 아닌 중간 출구를 통해 전용기 자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중국 측은 미국이 이동식 계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다른 국가 정상들은 모두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통해 전용기에서 내렸다. 최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브라질 정상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려오는 장면을 찍기 위해 미국의 백악관 기자단이 전용기 아래로 몰려들었으나, 중국 측 관계자가 이들에게 비키라고 요구했다. 당황한 한 미국인 기자는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찍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결국 백악관 관계자가 참지 못하고 "미국의 전용기이고, 미국 대통령이다"라고 불만을 터뜨렸으나, 중국 측 관계자도 "여기는 중국이고, 중국의 공항이다"라고 소리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심지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측이 설정한 저지선을 넘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가려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중국 측 관계자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고 화가 났다"라고 밝혔다.


오바마 "논란 부풀리지 않을 것" 진화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대통령이 중국의 의도된 외교적 모욕을 당하며 퇴임 전 마지막 중국 방문을 험난하게 시작했다"라며 "이날 의전은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나타낸다"라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과 티베트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을 놓고 4시간 넘게 격론을 펼쳤다. 또한 중국은 공동 기자회견을 하자는 미국 측의 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의전 갈등을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백악관 기자단이 자신과 외국 정상에게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를 두고 언제나 갈등이 있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이번 논란이 양국 관계가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뜻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시 주석과) 매우 유익한 회담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중국 #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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