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못지 않게 한강도 썩어가고 있다

파란 하늘과 너무 대비되는 한강... 2개의 수중보로 생명 죽어간다

등록 2016.09.04 15:29수정 2016.09.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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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가 물러난 상쾌한 한강의 하늘과 달랐던 강물.
무더위가 물러난 상쾌한 한강의 하늘과 달랐던 강물.김종성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한강에서 수영을 했다. 버터플라이란 멋진 수영법에 반해 수영장에 열심히 다녔는데, 당시 수영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핀(Fin) 수영대회가 한강에서 열렸다. 핀이라는 커다란 오리발처럼 생긴 물갈퀴를 발에 끼고 하는 수영이다. 핀이 있어 좀 더 빠르고 편안하게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해가 갈수록 더러워지는 강물이었다.


한강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암흑이었다. 핀 수영을 하며 물 속에 잠시 머리를 넣으면 눈 앞의 부유물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무서울 정도였다. 이후 핀 수영 대회도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3일 무더위로 여름내내 못탔던 애마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달렸다. 자전거 산책할 수 있는 한강변의 너른 서울 숲(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갔다. 파란 하늘에 둥둥 떠있는 흰 구름, 한낮의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초가을 강변길은 평안하고 평화롭기만 했다.

지긋지긋했던 여름이 떠나버려 이제 살 것 같은 표정을 한 시민들의 모습과 달리, 강에 사는 많은 물고기들은 입을 벌리고 죽은 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중대백로, 해오라기, 오리 등 물고기를 먹고 사는 새들의 표정이 허망해 보일 정도였다.

 입을 벌리고 죽은 물고기, 안쓰럽고 불쌍하다.
입을 벌리고 죽은 물고기, 안쓰럽고 불쌍하다. 김종성

 죽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새들의 표정이 허망해 보였다.
죽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새들의 표정이 허망해 보였다.김종성

녹조현상도 없는데 이렇게 죽은 물고기가 흔한 걸 보면 강이 얼마나 속으로 썩어 있는 지 미루어 짐작이 갔다. 외발로 서 있는 흰 백로 한 마리는 마치 물이 더러워서 그렇게 서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한강은 바다와 면한 하류지역인 경기도 김포와 잠실에 있는 2개의 수중보에 갇힌 거대한 수조다. 수중보는 강물을 가둬놔 녹조가 흔히 생기고 강 바닥은 늘 썩어 있는 상태가 되게 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물 속의 댐이다.

한강의 수중보는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1982~1986) 당시 생겨났다. 88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후, 전두환 정권은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강변에 공원과 체육시설들을 채워 넣기 위한 사업을 착수했다. 이를 위해 먼저 강을 준설(물의 깊이를 증가시키기 위해 강바닥에 쌓인 모래나 돌을 파내는 일)했고, 한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신곡보(경기도 김포시)와 잠실보라는 수중보를 만들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강 도처에 떠있는 폐사 물고기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강 도처에 떠있는 폐사 물고기들. 김종성

 외발로 서있는 중대백로의 모습, 마치 강물이 더러워서 그렇게 서있나 싶었다.
외발로 서있는 중대백로의 모습, 마치 강물이 더러워서 그렇게 서있나 싶었다. 김종성

 고통스럽게 죽은 물고기들의 한이 쌓여가는 한강.
고통스럽게 죽은 물고기들의 한이 쌓여가는 한강. 김종성

이 수중보는 한강을 콘크리트 어항처럼 가둬 사계절 내내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게 했다. 금강이나 낙동강에서 보듯, 흐르지 못하는 강의 단절은 자연스레 오염을 불러왔다. 이런 상태가 30년이 넘으면서 서울 시민들은 물고기가 죽어나가고 바닥은 늘 썩어 있는 강에 무덤덤해지고 말았다.

1960년~1970년 대 한강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했던 내 아버지가 아는 강과 내가 아는 강이 달랐듯, 아마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강이란 본래 그런 것인 줄 알게 되지 않을까.


한강처럼 큰 물줄기로, 공업용수로도 못썼던 '죽음의 강'이라고 불렸던 울산 태화강이 살아난 것도 2006년 4월 태화강 하류에 설치된 수중보(방사보)를 철거하면서부터다. 한강을 콘크리트 수조로 가두고 있는 수중보를 치우거나 열지 않는 한, 한강은 수많은 물고기들의 한이 담긴 죽은 강일 뿐이다.
#한강오염 #수중보 #물고기폐사 #신곡보 #잠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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