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물러난 상쾌한 한강의 하늘과 달랐던 강물.
김종성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한강에서 수영을 했다. 버터플라이란 멋진 수영법에 반해 수영장에 열심히 다녔는데, 당시 수영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핀(Fin) 수영대회가 한강에서 열렸다. 핀이라는 커다란 오리발처럼 생긴 물갈퀴를 발에 끼고 하는 수영이다. 핀이 있어 좀 더 빠르고 편안하게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해가 갈수록 더러워지는 강물이었다.
한강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암흑이었다. 핀 수영을 하며 물 속에 잠시 머리를 넣으면 눈 앞의 부유물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무서울 정도였다. 이후 핀 수영 대회도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3일 무더위로 여름내내 못탔던 애마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달렸다. 자전거 산책할 수 있는 한강변의 너른 서울 숲(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갔다. 파란 하늘에 둥둥 떠있는 흰 구름, 한낮의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초가을 강변길은 평안하고 평화롭기만 했다.
지긋지긋했던 여름이 떠나버려 이제 살 것 같은 표정을 한 시민들의 모습과 달리, 강에 사는 많은 물고기들은 입을 벌리고 죽은 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중대백로, 해오라기, 오리 등 물고기를 먹고 사는 새들의 표정이 허망해 보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