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고무신은 허물없이 바깥출입할 때 신습니다. 운전할 때 신어도 좋습니다.
전갑남
어머니는 더러워진 신을 신고 외출을 하면 위신이 떨어진다고 여겼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흰고무신은 늘 깨끗하게 손질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깨끗이 닦아놓은 흰고무신을 신고 일이라도 하다 더러워지면, 어머니는 잔소리를 하였습니다. 지금 아내가 나한테 투덜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내는 검정고무신을 술렁술렁 대충 닦고, 흰고무신을 비누칠까지 해서 깨끗이 닦습니다.
"당신, 고무신을 두고 차별하는 것 같아?""차별은 무슨?""그렇잖아!""검정색은 때가 타도 모르고, 흰색은 비누칠해야 깨끗하니까 그렇죠?""그래도 그렇지?""흰고무신은 뭔가 품위가 있잖아요!"아내도 고무신에 격을 두는 것 같습니다. 예전 우리 어머니처럼 흰고무신은 늘 깨끗이 신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추억이 깃든 고무신우리는 지나온 세월 속에서 많은 것을 잊고 삽니다. 하지만, 세월의 저편에서 그리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아련한 옛 기억 속에 잊혀진 것들이 문득 생각나면 향수에 젖어들곤 합니다.
정말 어려웠던 시절 고무신은 우리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내 초등학교 시절 60년대만 해도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고무신을 신고 살았습니다. 어쩌다 부잣집 친구가 운동화라도 신고 다니면 정말 부러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