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피자집을 열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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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E프랜차이즈 가맹점을 2008년 12월 15일 양수해 2015년 10월 31일까지,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열심히 운영했습니다. 제 남편은 오른팔에 장애가 있음에도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왔는데 다니던 직장이 어려워져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다 결국 그만두게 됐습니다. 부모님 도움으로 1억2000만 원이라는 목돈을 투자해 'E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인수해서 자식들 교육과 부모님 봉양할 미래를 위해 조그마한 월세방에 살면서 가게에 매달렸습니다.
장사를 시작하고 15일 뒤인 2008년 12월 31일. 남은 것은 없고 본사에 지불해야 할 물류비 몇백만 원만이 쌓여 있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처음 하는 장사라서 그런가?'해가 바뀌고 새벽부터 나와 늦은 밤까지 열심히 장사하고 2009년 1월 31일 정산을 했습니다. 역시 남은 것은 본사에 지불할 물류비밖에 없었고, 곧바로 본사로부터 물류비와 광고비 독촉 내용증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당황해 본사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본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비슷했습니다.
"사장님. 처음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손님 응대를 좀 더 신경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사 매뉴얼 대로 해보세요." "조금만 참고 해보세요." "다른 점주님들은 모두 수익이 나는데 사장님만 수익이 안 나네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장사를 했습니다. 점차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일도 익숙해지고, 수익에 대한 기대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몇 년 후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일했습니다.
불공정한 가맹계약서의 '덫'... 그리고 '제재'
매출은 증대했지만, 일반 공산품마저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공급한 것만 사용하도록 강제돼 있는 가맹계약서는 가맹점주에겐 '덫'과 같았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독특한 노하우와 전혀 무관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마저도 시장 가격에 비해 눈에 띄게 비싸게 사서 써야만 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몸은 고되고 수익은 생기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가맹점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나 계약을 연장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자영업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잘못된 선택이면 어떡하지' '부모님께 빌린 돈은 어떻게 갚아야 하나' 불길한 예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늘어난 부채와 이자 그리고 목돈 투자금 때문에 부부가 함께 가게에 나가 365일 일해야 하는 암담한 현실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채, 그 후에도 6년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