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책장 사이마다 공부해 온 내용들로 꽉 들어차 있는 직원의 책
이정혁
매일 아침 주어지는 자유시간 30분. 기타 연습을 할까, 인터넷 강의를 들을까, 같은 건물에 있는 기체조를 다닐까 이런 저런 고민을 했다. 하루 30분이란, 모아지면 큰 시간이 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뭔가 새롭고 거창한 일을 하기에는 어중간한 시간이다. 그때 눈에 띈 책이 바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아래 지대넓얕)이다. 지인에게 선물로 받았지만, 제목에서 뜻 모를 거부감이 들어 펴보지도 않고 책장으로 갔던 책이었다.
지적으로 좀 살아야 하지 않겠냐? 심심풀이 삼아 30분만 투자해서 같이 읽어보자고 직원들을 꼬드겼다. 경험론적으로 혼자 시작해서는 며칠 하다가 그만둘 거라는 확신에서 나온 일종의 배수진이었고, 쉬는 시간이면 스마트 폰만 만지작거리는 요즘 젊은 직원들에게 작은 변화를 줄 수 있겠다는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다행히 직원 두 명이 현혹되어 미끼를 물었다. 물론 강요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다. 모든 직원들에게 한 달에 한권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제출할 것을 이미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확실히 하고 넘어 가야겠다. 그렇게 세 사람이 모여 아침마다 독서토론(정확히 말하면 함께 책 읽기)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되어 아침 모임에 참가하는 인원이 여섯 명으로 늘어난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대넓얕>에 포함된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그냥 얼핏 읽고 넘어가기에는 수박 겉핥기의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조금 깊게 읽어보기로 했다. 하루에 한두 장 정도를 읽고 넘어가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나 잘 모르는 내용을 공부해서 발표하는 형식인 것이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의 태동을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 대혁명이나 중세 유럽의 봉건사회를 공부하고, 자본론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생애와 업적을 찾아본다거나,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6월 항쟁을 조사해오는 식이다. 가장 최근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 배치와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각자가 공부해 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더욱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