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시민기자와 서치식 공무원, 그들과 함께 하면 희망과 행복이 절로 넘친다.
박주현
"요즘 왜 기사 안 써요?
"대학교에서 지내니까 편하고 좋죠?"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갓 구운 삽겹살 한 점을 단숨에 입에 넣고선 다그쳐 묻는다. 한때는 단 하루도 기사를 쓰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열혈 시민기자'란 소릴 들었던 내게 핀잔을 던지는 그는 현재 <오마이뉴스> 열혈 시민기자 이영광.
아침 일찍 전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낯선 서울에 가서 유명 인사들을 서너 명 씩이나 만나 인터뷰를 하고 돌아온 때문인지 몹시 수척해 보인다. 무엇보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고기가 맛있다"며 "고기를 추가해 달라"고 재촉한다.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통해 벌써 345회째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는 정말 거침없는(?) 시민기자다. 2009년 5월 <김현정의 뉴스쇼> 1주년을 맞아 김현정 CBS PD를 첫 인터뷰한 그의 기사 제목은 '앵커의 입 막는 비상식, 있을 수 없다'이다. 이때부터 시작한 그의 인터뷰는 어느덧 300회를 훌쩍 넘어 345회째 달리고 있다.
거침없이 인터뷰 기사 쓰는 시민기자, 늦깎이 공무원의 공통분모? 그렇다고 그는 아무나 인터뷰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이슈의 중심에 선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낸다. 최근엔 가수 28명이 통일을 꿈꾸며 부르는 노래들이 담긴 앨범 '하나의 코리아' 대표 고형원 대표를 비롯해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감독, 해직교사 문제로 이슈가 된 윤성호 전교조 전북지부장, 노종면 YTN 해직기자 등을 인터뷰했다.
"2005년 지독한 교통사고로 80 여일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2006년 휠체어에 의지한 채 하프 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최종 목표로 설정 후 만 3년만에 병원치료를 스스로 마치고 '자가재활'을 하며 마라톤을 가열차게 준비 중인 전주시 공무원."이날 전주시 송천동의 한 카페에서 이영광 시민기자와 함께 만난 사람은 서치식 시민기자. <오마이뉴스>에 자신을 소개해 놓은 글처럼 두 사람은 일맥상통한 대목이 많다. 불편하고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야 마는 대단한 의지의 소유자들이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이영광 시민기자를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이다. 당시엔 그가 말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전국의 많은 유명 인사들과 만나며 인터뷰를 시도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기사로 알리는 작업은 매우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신비로울 정도로 곧잘 이뤄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가 하면 2005년 5월 자영업을 하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서치식씨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변의 애틋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강한 재활의지와 꾸준한 노력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마라톤대회에까지 참가할 정도의 놀라운 진척을 보였다.
그러더니 나이 50세가 넘은 그가 공무원의 꿈까지 이뤘으니 역경극복의 주인공이 따로 없다. 서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이름으로 기사를 쓰며 위로와 격려를 할 정도다. 2009년 1월 7일 <오마이뉴스>의 '외롭고 무서웠던 나의 재활기'란 기획기사 첫 편 "조용히 잠들어 버리자 왜 깨어났을까?"란 제목의 글로 자신의 재활경험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흔치 않은 두 삶의 궤적에서 공통분모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역경을 극복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 강인함으로 똘똘 무장돼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서치식씨, 8급 공무원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