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깟깟마을 트레킹의 포인트인 폭포. 근데 이게 다다.
박혜경
Q6. 그럼 옷은 어떻게 가져가야 해?날씨가 수시로 바뀌다보니 '사파 패션'은 희한하다. 현지인들은 패딩을 입고 있는데 난 반팔, 반바지 차림. "넌 더운 거지?"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그래도 가볍게 걸칠 건 꼭 챙기자. 해가 지면 갑자기 기온이 훅 떨어진다. 몸에 열이 많은 나도 쌀쌀하다고 느낄 정도.
Q7. 사파 소수민족들은 만났어?사파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면 소수민족 아주머니들이 몰려온다.
"어디서 왔어요?""트레킹 갈 건가요?""나를 위해 이 팔찌 좀 사주세요."아이를 등에 업은 경우도 있고, 나이가 많은 아주머니도 있다. 이들을 두고 '예전같지 않다', '때가 탔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미 관광지화 돼 버린 곳에서 '예전처럼' 살기를 바랄 수 있을까. 그들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그들에겐 '진심'이 남아있다. 자신이 파는 고작 천 원짜리 팔찌를 한 푼도 깎지 않고 산 여행자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내는 아이의 진심, 지갑에 있던 잔돈을 털어 팔찌를 산 여행자의 두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는 흐몽족 할머니의 진심. 그거면 되지 않을까.
여행자도 그들에게 진심을 보이면 좋겠다. 사파에서 한 서양 여행자가 동의도 없이 소수민족 사진을 찍었다. 앉아 있던 아주머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만약 장소가 유럽이었다면, 혹은 미국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때에도 똑같이 동의없이 사람들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었을까?
Q8. 한국 사람은 만났어?트레킹 갔다 돌아오는데, 한 여행자가 가방을 멘 채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더라. 숙소를 찾는 것 같았다. 손에는 한글로 된 가이드북이 들려 있었다. 혼자 다니는 게 너무 외로웠던 나는 숙소 찾는 것도 도와주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그녀는 나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홀연히 떠났다.(ㅠㅠ) '저녁 같이 하실래요?' 할 틈도 없었다.
트레킹 내내 땀 흘린 나의 꾀죄죄한(?) 몰골 때문이었을 수도, 그녀의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였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바뀐 여행 문화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예전처럼 길에서 사람을 만나 서로의 여행 정보를 나눌 기회는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만능' 스마트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그녀를 또 다시 길거리에서 만났지만, 그녀는 스마트폰만 보고 가느라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