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은 "논의해야", 5.16·5.18은 "..."
환경장관 후보자의 무소신 답변

[단독] 정권 입맛에 맞는 역사관 답변, 강병원 의원 "또 한 명의 수첩장관"

등록 2016.08.25 17:07수정 2016.08.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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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규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승강기 타고 있다.
조경규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승강기 타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규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건국절 및 위안부 재단 문제와 관련해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대답을 내놨다. 반면 5.18민주화운동·5.16군사정변 등 역사적 사실을 묻는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측에 보낸 답변서에서 "(건국절과 관련해) 정부수립 역사에 대해 주장이 많은 만큼 현 시점에서 관련 학계의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헌법이 대한민국의 법통을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주장은 반헌법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 건국절 주장이 얼토당토않은 이유 4가지).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거론, 건국절 주장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가 "건국절 법제화 검토"를 이야기하며 역사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관련기사 : '건국절'로 계파갈등 무마? 이정현 대표의 '속내'는...).

뿐만 아니라 조 후보자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화해치유재단을 두고 "모진 인고의 세월을 견뎌 오신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설립된 재단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기구인데, 이 합의는 소녀상 철거, 일본의 사죄 및 보상 거부, 불가역적 합의, 굴욕외교 등의 논란에 휩싸이며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시민단체는 물론,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도 한일 무효협정 무효를 요구하며 정부를 비판함과 동시에, 화해치유재단 역시 거부하고 있다(관련기사 : "돈 필요없소, 공식 사과하시오" 위안부 피해자의 절규).


"국무위원, 막중한 자리인데...", 26일 인사청문회 진행

반면 조 후보자는 12.12사태·5.18민주화운동·5.16군사정변·제주4.3항쟁 등 현대사 주요 사건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유보했다.


조 후보자는 위 사건을 묻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서에 "위 사항은 환경부장관 후보자 신분으로서 답변 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되오니 양해해주길 바란다"라고 답변을 보내왔다. 환경부장관으로서 박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 국무위원이 현대사와 관련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조 후보자의 모습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현대사와 관련된 견해를 명확히 밝힌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5.16은 쿠데타"라며 "법학자 입장에서 민주적 헌정질서가 군사력으로 무너지고 정권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군사쿠데타로 보는 견해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자는 "유신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했고 12.12사태는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은 헌정질서 수호에 의한 정당한 항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강병원 의원은 "환경부장관은 국무회의에 가면 국무위원으로서 또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라며 "국무위원은 국가 전체 문제를 대통령과 토론하고 국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다. (하지만) 답변에서 보이는 조 후보자의 모습은 박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자기 소신도 없고 환경 전문성도 부족한 조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또 한 명의 수첩장관이 될 우려가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환경부장관으로서 소신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26일 오전 10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재로 열릴 예정이다.
#조경규 #환경부장관 #후보자 #건국절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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