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풍자포스터풍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웃어버리는 것인데...
이하
나는 예술가다. 웹툰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행드럼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술집을 운영하면서 직접 요리도 하고, 때로는 탭댄스로 공연을 하기도 한다. 곧, 나는 표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2년전 나는 서울 신촌의 한 건물 옥상에 올라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의 전단을 거리를 향해 뿌렸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려 하는 현 정부를 향한 일종의 외침이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하나의 뜻으로 단결되는 사회는 내게 매우 무서운 세상이다. 그것은 나처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
그 사건 이후 1년 뒤, 나는 느닷없이 벌금납부 명령서를 받게 되었다. 자그마치 300만 원짜리 벌금이었다. 무혐의로 끝난 사건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수사 되었고, 곧 검찰의 약식기소로 이어졌다. 나는 그 당시 제주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체념하고 벌금을 납부하든지, 아니면 제주의 생업을 반포기하고 서울을 오가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할지를 택해야 했다. 어떤 길을 택해도 내게 그다지 이익이 되는 길은 없었다. 단, 얻지는 못하더라도 꼭 지켜야 할 것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