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을 쌓아 쥐구멍을 막았지만 어림없다. 쥐들은 0.7cm~2cm의 작은 구멍도 머리만 들어가면 침입을 한다.
최오균
궁리 끝에 이번에는 쥐들이 드나들법한 다용도실 벽에 쥐덫과 살서제, 끈끈이를 놓아두었다. 요즘 개발되는 살서제는 만성제로 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목이 마르게 하고, 눈도 멀고, 귀도 멀게 하며, 모세혈관도 터지게 해서 밝은 곳으로 나가 서서히 죽게 하는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렇데 쥐들은 용케도 쥐덫을 잘 피해서 드나들었으며, 살서제도 먹지를 않았다. 딱 한 마리가 쥐덫에 걸려들기는 했지만, 쥐들은 동료 쥐의 사망사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드나들었다. 쥐들은 참으로 영리하고 요망한 녀석들이란 생각이 새삼 다시 들었다.
쥐는 경계심이 강하여 낯선 물질을 보면 매우 조심스럽게 피한다. 새로운 먹이에 대하여 안심하고 먹을 때까지 최소한 2일~7일 동안은 탐색을 한 후 안전하다고 여겨질 때 비로소 손을 댄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조심성이 쥐의 생존을 높이고 있다. "생쥐 같은 놈"이란 말도 이처럼 쥐의 조심성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쥐를 퇴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매번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궁여지책으로 다용도실에 놓아두었던 곡식류와 음식류를 단단한 것으로 밀봉을 하거나 거실 안으로 들여 놓기도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쥐들이 아직까지 거실 안으로는 침입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를 해두면 머지 않아 거실은 물론 침실까지 침입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대로 두면 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이다. 쥐들은 음식물을 도적질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을 옮길 수도 있다. 더구나 이곳 연천 최전방에 살고 있는 들쥐들은 유행성출혈열, 쯔쯔가무시병 등의 무서운 질환을 옮기는 바이러스나 병균을 전파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쥐들의 통로를 어떻게 해서든지 차단해야 한다.
"고양이를 한 마리 키워볼까?""아이고, 아서요. 집을 자주 비우곤 하는데 누가 그 고양이를 돌보게요."아내는 집안에 동물을 키우는 것은 딱 질색이다. 집을 자주 비우게 되니 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집안에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우고 싶고, 내 말을 잘 듣는 충직한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고 싶다.
그러나 아내의 결사적인 반대에 부딪쳐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가끔 들고양이들이 오긴 하지만 녀석들은 먹거리가 있지나 않나 하고 집안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휘리릭 사라지곤 한다.
냉장고 안에 진을 친 생쥐들의 반란아니나 다를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내의 병원외래 때문에 서울에 머물고 있는데, 농작물에 물을 주고 보살펴 주기 위해 연천 집에 머물고 있던 친구 P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다용도실 냉장고가 다 녹아서 물이 질퍽하게 흘러내리고 있어요. 전기도 들어오질 않고.""큰일이군! 외부에 있는 전원 코드에 냉장고 전원을 연결해보게."다용도실에는 김치냉장고와 냉동고가 하나 놓여 있는데, 전원이 꺼지고 내용물이 녹아서 다용도실에 물이 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외부에 있는 다른 전원코드를 이용하여 냉장고 전원을 켜 보았지만, 김치냉장고에는 아예 전원이 들어오질 않는다고 했다. 일단 비상조치를 하고 P도 서울에 볼일이 있어 집을 떠났다.
P의 말을 전해 듣고 난 후 나는 매우 불안했다. 혹시 누전이나 되지 않았을까? 누전이 되면 화재 위험이 발생한다.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나는 즉시 연천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해서 누전차단기를 점검해 보니 다용도실로 연결되는 누전차단기 스위치가 아래로 내려와 전원이 차단되어 있었다. 어딘가에 누전이 되어 전원이 차단되어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