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한만송
가까운 한국 현대사에서도 역발상 지혜를 통해 위기를 호기로 반전시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디.
1998년 미국이 금창리 지하에 핵 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였다. 서방 세계에서는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표현했다. 북미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다. 바로 그때 1998년 초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당시 위기 상황을 호기로 판단하였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총괄 기획자인 임동원은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한 윌리엄 페리를 아홉 차례나 만나면서 집요하게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임동원은 '포괄적 접근을 통한 대북 포용 정책'을 미국 측에 제시하였다. 즉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한반도 냉전 체제 해체를 함께 추진하는 방향에서 미국 스스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빅딜'에 나서도록 유도한 것이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던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였다.
1999년 10월 페리는 북한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법을 담은 '페리 프로세스'를 제출하였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 골간을 담은 페리 프로세스 내용은 김대중 정부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작성자인 페리 자신은 이를 두고 '임동원 프로세스'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클린턴 행정부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자 북미협상을 최종 목표로 삼았던 북한은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그에 따라 빠른 속도로 현안 문제들이 해결되어 갔다. 금창리 지하 시설은 현지 방문 결과 핵 시설이 아닌 것이 판명되었고,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유예하기로 하였다.
더불어 2000년 6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이를 계기로 얼어붙었던 한반도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해 10월에는 북한의 조명록 특사와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상호 교환 방문을 통해 관계개선을 천명하는 북미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으나 북핵 위기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북핵 공조 체계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북핵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위기를 호기로 전환시키는 역발상 지혜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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