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성당 11시 미사모습
추미전
백발이 성성한 노신부가 뙤악볕으로 달구어진 천막성당에서 집전하는 미사, 노신부의 낮고 울림있는 힘찬 목소리에 왠지 눈물이 차오른다. 1시간이나 계속된 미사를 마치고 적은 금액이지만 헌금을 하고 천막성당을 나왔다. 몇 년째 길 위에서 부당한 권력과 투쟁에 앞장서고 계신 신부님의 마지막 말씀이 참 인상 깊었다.
"이제 세상으로 나가 평화를 전하십시오." 미사를 드리고 나와 다시 화살표를 찾아 걷기 시작했더니 화살표는 포구를 향한다. 그런데, 그곳에 포구는 없다. 강정포구 쪽의 공사가 거의 진행돼 포구가 아니라 거대한 콘크리트 공사판이다. 게다가 12시가 넘은 시각에 뙤약볕은 갈수록 강해지고 도저히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아들과 내가 손을 내밀어 몇 번이나 히이하이킹을 했지만 차들은 쌩쌩 달려갈 뿐 서지 않았다.
더워 죽을 지경인데, 차 한 대가 앞에 선다. 탔더니 우리 아들보다는 좀 커 보이는 아들, 딸을 태운 아빠가 차를 세운 것이다. 이 곳 공사책임자이신데 몇 년째 다녀봤지만 여기서 히치하이킹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이 더위에 무슨 고생이시냐고 호탕하게 웃으신다. 그리고는 우리를 월평 포구 앞까지 데려다주고 가신다. 무엇보다 차에서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한숨 돌렸다.
월평포구에서 화살표는 다시 언덕을 향한다. 길은 언덕 위 먼지나는 풀밭사이로 이어진다. 이제 진짜 더워 쓰러질 지경이다. 분명히 월평포구에서 가깝다고 했는데 종점은 왜 이렇게 나오지 않는 거야? 투덜대며 걷기를 1시간여, 길은 다시 아스팔트 길과 만나는데, 거기 건물들 사이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불쑥 반가운 간판이 눈에 띈다. '송이슈퍼' , 7코스 종점 도장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