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작가가 망우리 공원에 묻힌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수아
대학시절 마음에 담은 묘지, 20년 만에 다시 찾다 부산에서 태어나 4살 때 서울로 이사한 김 작가는 망우리 공원에서 가까운 중랑구 중화동과 상봉동에서 대학 때까지 살았다고 한다. 그는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미쓰비시 상사의 서울지점에서 1999년까지 근무하고 작은 사업체도 경영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 뒤늦게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2002년 계간 <리토피아>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기러기>, <라쇼몽>, <무사시노 외>, <조선>등 일본 문학 서적을 번역하기도 했다.
수필가가 된 후,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찾아갔던 망우리 공원의 기억을 떠올렸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 달밤에 희끗한 무덤만 보였던 그곳은 20여 년 간 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냥 보통 사람의 비석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죽은 아들의 묘에 부모가 남긴 비석이었는데요. '바람이 불듯 구름이 흘러가듯 너는 우리 가슴에 남아 있으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열여섯인가 열일곱에 죽은 아들에게 전하는 내용이었는데 가슴이 뭉클했죠. 또 어떤 비석은 돌이 아니라 나무에 까만 페인트로 '아버님 잠드신 곳'이라 쓰여 있었습니다. 글씨가 바래서 잘 안보였죠. 돌로 된 비석을 세우지 못한 아들의 심정을 상상하면 가슴 아프죠."
다시 찾은 망우리에서 그는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다. 이곳에 묻힌 유명 인사들에 대한 사료를 조사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의 평가와 후손들이 전하는 사담(私談)도 담았다. 박인환, 한용운, 방정환, 이중섭, 조봉암과 역사학자 문일평 등 50여 명을 재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