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성주사드철회투쟁위와 간담회를 갖는 사이 성주군민들은 성주군청 1층 현관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조정훈
한
장관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지역 의견으로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라고 장소 이전 가능성을 넌지시 흘렸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지역 민심이 갈수록 강경해지자, 정부가 장소 이전의 가능성을 내비치며 지역 민심을 분열시키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오랑캐를 오랑캐로 물리친다는 '이이제이'는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 적을 견제하고 제압하는 독수다. 적을 회유하는 한편 끊임없이 이간질시키고 의심하게 만들어 힘을 규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 전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권세력이 적을 분열시키기 위해 사용하던 통치술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 장소 이전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사드 배치 전면 철회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투쟁위와 지역주민들의 의지가 확인된 이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민민(民民) 갈등'을 일으켜 투쟁위의 힘을 분산시키고 무력화시키는 것 외에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투쟁위에 소속된 위원이 사드 배치 장소 이전 문제를 거론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사드 배치를 결사 반대하고 있는 성주 군민들과 투쟁위원들의 대부분이 농민들이다. 생업에 종사해야 할 그들이 벌써 한달 넘게 거리에 나가 있다. 생계에 대한 부담도 여전할 것이고,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드 배치 문제는 복잡난해하기만 하다. 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지고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바로 이 틈을 누군가가 교묘하게 파고 든다면...
그동안 국민화합과 통합을 내세워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건이 이런 흐름으로 전개되어 왔다. 국정원 사건이 그랬고,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 밀양이, 강정이 그랬다. 그리고 이번엔 성주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안이 '사드'가 아닌 '외교'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의 마음 속에는 애당초 대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다. 대신 그들이 사드 배치를 관철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분열책이었다.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이동풍을 고집하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성주가, 그리고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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